30일 오후 아산 탕정 면사무소에서 4차 교섭 예정
"경영진, 노조 설립 후 노사협의회에 힘 실어줘"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단체협약 교섭을 지난달 말 시작한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노사는 벌써 세차례나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최우선 현안인 대형사업부 인력 재배치에 대한 협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노조와의 소통을 권고하고 이재용 부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철회할 방침을 밝혔지만 노조가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경영진에게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오는 30일 오후 충남 아산시 탕정 면사무소에서 4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대형사업부 인력 재배치 등 현안이 발생하자 지난달 26일 이후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다. 이번 4차 교섭을 통해 회사 측은 노조가 지난 3차 교섭 당시 제시한 단체협약 전문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전달할 전망이다.
특히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 일부 항목엔 조합원 대상 인력 배치 시 노사 합의를 요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 양측이 여전히 LCD 사업 중단에 따른 대형사업부 인력 재배치를 두고 협의에 진전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지난달 26일 본교섭에 돌입했으나 기본협약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대형사업부 인력 재배치 방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연말까지 대형 LCD 사업을 중단하고 관련 인력을 타 부서나 관계사에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본교섭 전까지 4차례 공문을 통해 LCD 사업 중단과 관련된 상세 로드맵을 공유해주길 요구해왔으나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가운데 회사가 기존 노사협의회를 통한 소통 관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이달 삼성디스플레이 노사협의회는 대형사업부 임직원의 부서 이동 및 관계사 전환배치 현황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 측엔 LCD 사업 정리 관련 로드맵 및 인력 등 별도의 자료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인력 배치 관련 중요 공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노조 설립 이후 오히려 노사협의회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노사협의회를 통해 회사의 주요 결정에 합의해왔다. 노사협의회는 3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화된 기구로, 전체 직원을 대표하는 역할이다. 노조가 없던 삼성디스플레이에선 노사협의회가 20년 가까이 임금부터 복지 수준까지 정하는 주요 기구였다. 노사협의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합리적이란 평가와 회사 측의 형식적인 기구라는 지적으로 엇갈렸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진행된 인력 이동 현황을 임직원에게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D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은 이미 공유한 상태며 이에 따른 인력 배치 현황을 임직원에게 알리며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만큼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 측은 회사가 암암리에 특정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희망퇴직 제도는 희망자에 한해 상시 운영 중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교섭에서 회사의 단체협약에 대한 검토 방향성을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노사 교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공식 폐기 이후 진행되는 삼성그룹 내 첫 교섭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할 것으로 요청했다. 노조 설립에 대한 명분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조합원은 수천명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수는 2018년 말 기준 2만30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