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전산사기죄’로 벌금 814억원 선고···1분기 실적에 반영
신용도 A급 건설사 줄줄이 흥행 실패···다음 주 수요예측 앞두고 부담 커져

/ 그래픽=시사저널e DB

SK건설이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악재를 만난 모습이다. 미국 법무부로부터 800억원이 넘는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다. 앞서 수요예측에 나선 A급 이하 건설사들이 줄지어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SK건설은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채 조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면서 흥행 여부는 쉽게 예단할 수 없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이달 중 회사채를 발행해 150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기구조는 2~3년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주 수요예측에 들어간다.

SK건설은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 해 첫 회사채 발행을 흥행으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SK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8253억원, 영업이익 12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100.5% 올랐다. 영업이익률도 6.9%로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내심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SK건설의 신용도가 A-급에 걸쳐있는 만큼 수요예측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공모채 시장에서는 A급 이하 건설사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건설체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A급 건설사 중 공모채 시장에서 수요예측을 도전한 한화건설(A-)과 GS건설(A)은 모두 수요예측에서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상승한 한화건설은 지난달 말 10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GS건설 역시 지난주 10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210억원 달성에 그쳤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SK건설은 최근 미국 법무부로부터 천문학적인 벌금을 선고받으면서 뜻하지 변수를 만났다. 미국 법무부는 10일(현지 시간) SK건설이 미국 국방부 소속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육군 계약을 따내고 미국 정부에 허위 청구를 하는 등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전산사기(Wire Fraud)를 했다고 판단하고 6840만달러(814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SK건설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SK건설은 814억원에 달하는 벌금 전부를 1분기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이번 벌금으로 SK건설은 한 분기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날리게 된 셈이다.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식은 가운데 부정적인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SK건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기존보다 투자자들의 검토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 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이 앞으로 회사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또 SK건설의 흥행 여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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