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와의 과도한 대립 구도, 대내외적 비판 초래
추진력 낮아지는 3년차···금융위·금융사와 관계 개선해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 감으로써 금융사들과 전쟁을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2018년 취임 일성으로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8일 어느덧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전쟁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금융권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윤 원장의 발언은 금융소비자들로 하여금 금융감독 혁신에 대한 기대를 품게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윤 원장은 여러 방면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2015년 이후 사실상 폐지됐던 종합검사를 4년만에 부활시켰으며 금융위원회와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을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역시 재감리 끝에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으로 이끌었으며 지난해말에는 윤 원장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키코(KIKO) 사태에 대한 배상 권고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윤 원장의 혁신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으며 금융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DLF제재는 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결정은 금감원의 ‘책임 돌리기’로 비춰졌으며 금감원의 권한남용, 경영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중징계 대상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감원의 징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절차에 들어갔고 이는 윤 원장에 대한 금감원 내부의 비판을 유발하기도 했다. 윤 원장이 과도하게 금융사와의 대립 구도만을 고집한 탓에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위상이 손상됐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키코 배상안 거부는 이러한 비판을 더욱 가중시켰다. 지난해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6개 은행에게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안을 권고했지만 우리은행만이 이를 받아들였다. 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대구은행은 6일 배상결정 시한 연기를 또 한 차례 요청했다. 이번으로 벌써 5번째 연기 요청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교체론 등 외풍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사임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신임 금감원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추측들이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금감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감찰은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3년의 임기를 모두 수행할지 중도에 사퇴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지 윤 원장은 ‘용두사미 원장’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권에 남는 윤 원장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몰랐던 학자’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 원장 스스로 학자가 아닌 ‘금감원장’이 돼야 한다. 은산분리 원칙 위배라는 평소의 원칙을 잠시 내려놓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에 동의했던 것처럼 남은 1년은 평소의 신념이 아닌 현안 해결에 보다 가치를 두길 바란다. 개혁을 위한 추진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금감원 내부 구성원들의 조언을 듣고 금융위, 금융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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