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스타항공 지원 대신 제주항공의 인수금만 지원···“인수 서두르라는 압박”
제주항공, 노선 및 기종 겹쳐 이스타항공 인력 전부는 필요 없어
이스타항공 노조 “제주항공, 인수 일정 연기하며 구조조정 선행되길 기다려”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정부와 제주항공 미묘하게 입장차이가 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조속한 시일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을 압박하고 있으며, 제주항공은 인수를 최대한 미루려고 하고 있다.
양 측 입장이 다른 데는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제주항공이 빠른 시일 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길 바라고 있다. 반대로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인수 일정을 연기해 비용부담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제 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35조원의 추가 금융지원, 10조원의 긴급고용안정 지원 등 총 85조원 규모의 대책방안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책은 정리해고를 통한 기업 살리기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는 방식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에 대해서는 지원을 약속했으나 이스타항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정부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에 대해서는 1700억원 규모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 정부가 제 손 더럽히기 싫어서 제주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다”며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 대신 인수금만 지원하는 것은 빠른 시일 내 인수를 마무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 6주 만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등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을 서두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상황이 난감해졌다.
지난달 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지분 51.1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29일 인수 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선 여객이 급격히 줄어들자 제주항공도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결국 제주항공은 주식취득 예정일 하루 전에 해외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예정일을 변경했다. 제주항공이 발행 예정인 100억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 또한 기존 4월29일에서 6월30일로 변경 공시했다.
업계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인수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 사가 서로 겹치는 노선이 많은 데다 운영 중인 항공기종도 동일해 모든 인력이 필요하진 않은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계속된 수익성 악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350여명의 인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으나 신청자 수가 50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종사 노조가 지난 27일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구조조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제주항공의 인수일정 연기는 이스타항공에서 먼저 구조조정을 하라는 압박 차원이라고 본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은 제주항공이 인수 후에는 구조조정을 할 수 없으니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인수하겠다는 심산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