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꺼리며 가정간편식 찾는 소비자들···대다수 식품업계 1분기 호실적 예고
간편식 시장 커지면서 외식 시장 고용에도 영향···8900개 일자리 사라질 위험성도 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꿨다기보다 변화의 속도를 가속시킨 촉매다. 열심히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먼 미래를 당장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감염병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속에서 위기와 기회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외식 시장은 침체했으며 그 반대급부로 집밥 수요가 폭증했다. 미래 예측의 가장 강력한 근거인 현재의 변화상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유통업계의 모습을 그려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자료를 살펴보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에 비해 103.7% 증가했다. 이어 음식 서비스(배달)는 82.2%, 음식료품은 71.0% 올랐다. 실제로 2월 말부터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에는 품절 딱지가 붙기도 했다.
식생활의 변화는 그 어느 부분보다도 빨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수백명씩 늘어나던 시기, 사람들은 불가피한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식당 방문 대신 집밥을 택했다. 1인 가구·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수요를 늘려가던 HMR(가정간편식)이 코로나19로 전성기를 맞게 됐다.
실제 HMR 판매량도 늘어났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3월 가정간편식 전문몰인 CJ더마켓의 HMR 등 주요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0% 증가했다. 특히 밀키트 브랜드인 쿡킷의 매출은 이를 뛰어넘는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모든 양념과 손질된 재료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쿡킷의 경우 2월 매출이 전월 대비 약 47% 늘어났고, 3월 매출은 전월 대비 약 100%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원밀 형태의 HMR 제품을 주로 취식하던 소비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밀키트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HMR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의 1분기 매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대한통운 제외)을 전년 대비 15.7% 늘어난 3조2510억원으로 전망했다. 그중 식품 매출은 2조12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3.6%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풀무원의 1분기 국내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13.2% 늘어난 318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급식 및 외식 부분 매출이 -9.7% 줄어든 데 반해 확실히 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심 연구원은 “국내 식품 사업부는 1분기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전년에 비해 HMR 판매량이 50%, 만두가 100%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간편식인 라면 역시 인기다. 일찌감치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고된 농심에 이어 불닭볶음면을 갖고 있는 삼양식품의 경우에도 호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6%나 늘어난 1476억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면류 예상 매출액은 1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HMR, 밀키트가 생소했던 소비자층에도 온라인쇼핑 및 간편식 경험이 침투하면서 해당 제품의 인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간편식의 새로운 소비자로 유입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 그동안 억눌렸던 외식 수요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에 HMR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순 있으나 성장 자체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의 이면에 대한 고민
성장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따라 붙는다. HMR 소비 확대가 외식 시장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2일 ‘소비 행태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HMR 소비 확대는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직접 농산물 수요 감소, 외식에 대한 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소비자의 외식 수요 감소는 외식 서비스 공급량 감소를 유발하며, 이는 외식산업의 생산 요소인 자본, 에너지, 노동, 유통, 서비스, 가공식품 및 농수산물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가정식 대체식품에 대한 소비 확대가 가공식품 제조업에는 6433.4명의 직접 고용 효과를 가져다주는 데 반해, 외식업에서는 8932.4명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이에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속화되는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인해 기존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소비 환경 속에서 근로자가 실업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