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조합장 해임 위한 임시총회 소집 발의서 징구 나서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 판결 이후 갈등 커져
공동사업시행자인 현대건설에 불똥···“일부 조합원들 시공사 교체 여론 커져”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1·2·4주구) 재건축 사업이 장기 표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합 내부 갈등으로 촉발된 소송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반포1·2·4주구 재건축 사업은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비대위, 조합장 해임 추진···“재초환 피하려 사업 무리하게 진행해 재산상 피해만 커져”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1·2·4주구 재건축 사업 비상대책위원회격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발전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발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조합원 300여명이 모여 구성됐다.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는 소유자 10분의 1 이상 동의를 거쳐 개최될 수 있다. 소유자 과반이 출석(서면결의자 포함)한 총회에서 출석자 과반이 동의하면 조합장 해임이 가능하다.
이번 발의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조합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을 피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느라 오히려 조합원들의 재산상 피해가 더 커지게 생겼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조합장을 뽑아야 한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포1·2·4주구의 내부 갈등이 심화된 시기는 지난해 8월 조합이 일부 조합원과의 소송전에서 패소하면서부터다. 전체 소유주의 15%를 차지하는 267명의 조합원들은 조합이 ‘1+1 분양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형평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조합이 전용면적 107㎡ 주택을 가진 조합원의 분양 신청을 ‘59㎡+115㎡’로 제한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일부에게는 ‘59㎡+135㎡’ 신청을 받아줘 형평성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합에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을 진행한 서울행정법원은 “특정 소유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로 토지 등 소유자들 사이에 불균형이 초래된다면 그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며 “아울러 관리처분계획 일부만 취소해서는 문제를 바로잡기가 불가능해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판결 이후 8개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양측의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취소 확정 시 재초환 환수금 10억원 안팎···조합 항소 나섰지만 정상화 되려면 2년 이상 소요 예상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조합은 비상이 걸렸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가 확정되거나 분양 조건을 변경하면 재초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분양조건을 변경하려면 새롭게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2018년부터 일괄 적용되는 재초환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조합에 따르면 반포1·2·4주구에 재초환이 적용되면 조합원 1인당 10억원 안팎의 막대한 환수금 폭탄을 맞게 된다.
조합은 패소 판결 이후 즉각 항소에 나섰다. 하지만 항소와 상고에 최소 2년가량이 걸리는 만큼 사업은 당분간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지방법원이 휴정을 이어가면서 당초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항소심 재판도 연기된 상황이다”며 “아마 5~6월이나 돼야 항소심 재판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과 별개로 정비계획 변경 관련 검토는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반포1·2·4주구는 또 다른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시공사 선정 투표할 때 제시된 스카이브릿지 등 특화설계안이 시공사 본 계약에서 빠졌다며 2017년 9월 진행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무효로 해달라는 ‘시공사 선정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재건축 아파트 안에 약 2만㎡, 시가로 약 1조원대 땅을 가진 LH 소유의 땅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 측은 “40년 이상 주민이 거주해 사실상 토지를 소유한 만큼 조합 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LH 측은 “여전히 LH에 소유권이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이 패소할 경우 사업을 진행하려면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
◇“사업 진행 기미 안 보여···이참에 시공사까지 싹 바꿔야”···조합원들 사이 현대건설 비토론 대두
불똥은 공동사업시행자인 현대건설에도 튀는 모습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만약 조합장 해임이 현실화 될 경우 현대건설의 시공사 지위도 장담할 수 없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은 2017년 9월 반포1·2·4주구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재 조합과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사업시행은 조합이 주체가 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조합과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제도다. 시공사가 자금조달도 하고 이익도 가져가다 보니 조합의 이익이 줄어 잘 선택하지 않는 방식이나,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재초환을 피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반포1·2·4주구는 2017년 막바지에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접수해 재초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재초환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현대건설을 향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주공1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장이 바뀌면 시공사도 함께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현재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각종 소송전이 길어지고 있는데다 재초환까지 적용받을 위기에 온 마당에 이참에 시공사까지 싹 다 바꾸고 다시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에서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했는지 올해 구정에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10㎏ 짜리 쌀을 주면서 조합원들에게 잘 좀 얘기해달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