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지급보다 온라인 수업 지도에 대한 취약계층 우려 커
일부 학부모, 민간 수업 돌봄서비스 고려도
사상 첫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면서 벌써부터 이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생소한 온라인 수업에 앞서 기기 사용 및 숙지는 물론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지도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 가정, 취약 계층에서는 자녀를 지도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지역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한 결과 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해 온라인 개학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어린이집 개원도 무기한 연기됐다.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먼저 개학한다. 다음 달 9일에 두 학년이 온라인 개학하고 중학교 1‧2학년, 고등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은 다음 달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다음 달 20일에 마지막으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다. 실제로 교실로 등교하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면서 학부모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 일정 변경과 혼란 속에서 자녀들의 학업에 차질에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다수 학부모들은 학업을 걱정하면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 즉 건강 문제가 시급하기에 개학 연기가 옳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에 따른 학업지도가 또다른 문제로 부상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개학을 연기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개학의 상징이 자칫 우리 사회가 정상 패턴으로 돌아간다는 선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있었다”며 “학교는 급식 등 모든 것이 집단생활이기 때문에 한 명, 두 명의 확진자만 있어도 수백 명 단위로 자가격리자 규모도 컸을 것이다. 그러다가 학교마다 교과 진도 격차가 생기는 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개학은 너무 생소한 개념이라 학부모들의 혼란은 매우 크다”며 “맞벌이 가정들은 민간으로 아이 돌봄 서비스를 돈을 주고 불러서 온라인 수업을 돕게 할지 공부방 같은 곳에서 소규모로 아이들을 모아서 수업을 듣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초등하교 교사는 “당장 웹캠도 없고 컴퓨터 사양도 좋지 않은데 결국 초등학생의 경우 과제 제시형으로 많이 진행이 될 것 같다”며 “결국에는 학부모들 숙제만 더 는 셈”이라고 전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크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가정에서는 교사가 없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근을 하면 자녀 온라인 학습 지도를 하기 어렵다.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겼던 이들도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조부모에게 맡길 수 없어 다시 자녀를 스스로 돌봐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가정 내에서 학습 지도자 없이 수업을 내리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녹화 방송일 경우 강의를 켜놓고 다른 활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조손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 등 취약 계층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마트 기기 등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자녀를 지도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어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구지부는 온라인 개학에 대해 “온라인개학은 교육을 도외시하고 대학 입시와 수업 일수를 맞추려는 행정조치에 불과하다”며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보면 학생과 교사 간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차후 정상 등교 후에 학생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 의존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휴원 권고에도 서울의 경우 학원과 교습소 15%가량만 휴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에서는 인기 있는 강의의 경우 학교보다 더 많은 인원이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학교보다 훨씬 감염 우려가 높다. 사설 업체라서 방역에 소홀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지난 29일 서울 도봉구의 한 학원 강사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수강생 20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