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20년 3월 경제동향’, 韓경기 전반 위축 조사···대외 여건도 좋지 않아
소비자심리지수 큰 폭 하락·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주가·현장 등 경제악화 관측
추경 규모 40조원 확대 주장도···추경안 조속한 국회 본회의 처리 촉구 목소리

/자료제공=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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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확장세가 좀처럼 억제되지 않으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조·서비스업 기업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주요 수출·수입국 등의 입국제한 조치에 따라 수출차질, 원자재부족, 자금경색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수경제 경제심리 악화로 국내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등의 불안 심리로 불확실성이 커져 세계 경제가 한층 악화될 경우 한국도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에 대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일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3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국내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한국의 수출은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KDI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이 급락하고, 금융시장에서도 향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주가, 원화가치 등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자동차(-19.9%), 전자부품(-12.9%) 등 대부분의 광공업생산 업종이 감소했고, 서비스업생산도 금융‧보험업(3.1%→3.9%)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둔화되면서 지난 1월(2.5%)보다 낮은 0.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도 자동차(-17.7%), 전자부품(-17.7%) 등을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이 각각 9.7%, 1.8% 등으로 감소하면서 지난 1월(5.3%)에 비해 크게 낮은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중반 이후 제조업 계절조정 BSI(78→67)와 전 산업 BSI(75→65) 실적치 등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전 산업 BSI 실적치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지수가 65 이하로 하락한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8년 10월~2009년 3월), 2016년 2월 등 이후 세 번째다.

KDI는 중국산 부품의 수급 차질, 외부활동 위축, 관광객 급감 등이 영향을 줬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104.2→96.9)했지만, KDI는 이마저도 코로나19가 2월 중순 이후 빠르게 확산된 점을 고려할 때 소비위축의 영향이 일부만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도 설비투자, 건설투자, 수출 등 지표들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노동시장, 물가, 금융시장 등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외 여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글로벌 경기하방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으로 2월 이후 주요 지표들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4%로 하향 조정했고, 여전히 코로나19,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하방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유가 또한 2월 중반 반등한 바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원유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하락으로 전환됐고, 국제금융시장도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코로나19의 경제영향은 이날 금융시장에서도 관측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9원 오른 달러 당 120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도 전장보다 85.45포인트(-4.19%) 폭락한 1954.77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국제유가 폭락 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이날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약 30% 폭락한 배럴당 30달러를 밑 돌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서도 우려가 크다.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가동 중인 ‘코로나19 대책반’을 통해 기업 현장 피해와 애로사항 총 357건을 접수한 결과 매출감소(38.1%), 부품·원자재 수급(29.7%), 수출애로(14.6%), 방역용품 부족(5.3%), 노무인력관리(4.8%)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악화 상황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존립기반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경제악화 상황이 장기화되고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재정조치’가 적기에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조치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르면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1조7000억원이 추경으로 전액 집행되더라도 국내 총생산 부양 효과는 0.2%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1%대 성장 전망이 많은데 1% 성장을 위해서는 약 40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경의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경제악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의 추경 처리 계획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 억제와 동시에 직격탄을 맞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1~2주 뒤까지 경제상황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미노현상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추경이라도 국회에서 소모적인 논의를 최소화하고, 조속하게 집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한 관계자도 “지금도 현장에 나가보면 경제상황이 악화돼 ‘죽겠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국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정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경제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경제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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