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확진자 발생···삼성·LG 등 구미거점 생산라인 보유기업들 관리감독 강화
“한정된 공간에 근로자 밀집한 제조업 공정···정부차원의 추가적인 방지대책 필요”
‘수출1번지’ 경북 구미지역에 사업장을 둔 주요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이다.
24일(오전기준) 현재까지 구미지역 확진자는 총 3명이다. 이들 중 한명이 삼성전자 직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기업들의 경계 수위도 한 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행여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인 가동중단 등으로 조업차질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에 사업장을 둔 주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삼성SDI, 제일모직, LG전자, LG디스플레이, 팜한농, 한화, 효성티엔씨, LS산전, 농심, 아워홈, 도레이첨단소재 등이다. 지난 22일 직원 한 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삼성 측은 곧바로 사업장을 폐쇄했다. 금일까지 구미사업장 전체에 대한 방역을 실시한 뒤, 확진자가 근무한 층은 내일(25일)까지 정밀 방역을 실시한다.
도레이첨단소재에서는 두 번째 확진자와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미1공장 소속인 해당 직원은 즉각 격리조치 됐으며, 사업장 전체에 대한 긴급방역이 실시됐다. 3명의 확진자 중 대구 계명대에 재학 중인 세 번째 확진자를 제외하고, 모두 주요 기업들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거나 그와 밀접한 관계인 셈이다.
삼성SDI는 지난 22일 구미뿐 아니라 전국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문자메시지를 일괄 전송했다. 금일 출근 때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국내에 확산되면서 권고하던 수준에 머물렀지만,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메시지에는 △출·퇴근 버스탑승 시 상시 마스크 착용(미착용 시 탑승불가) △사내 입문 시 상시 마스크 착용(미착용 시 출입제한) △사내 이동·회의·교육 등 상시 마스크 착용 필수 등이다. 다만 해당 메시지가 주말에 발송된 점 등을 고려해, 마스크 강제착용 첫날인 오늘은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들에 마스크를 지급해 이 같은 캠페인을 준수할 것을 알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그룹도 구미를 주요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날 인천사업장에서 확진자 가족이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된 LG전자는 전국 사업장 간 출장 자제를 권고하고, 특히 구미사업장이 포함된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화상회의로 대체할 것을 주문했다. 기존에 이곳을 방문한 직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허가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도 유사하다. 출장자제 및 대규모 인원인 운집하는 행사를 취소했으며, 특히 대구·청도 등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거주자 및 방문인원 관리를 강화했다. 또한 이곳 내 확진자들과 동일한 장소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직원들을 선별해 필요시 공가를 부여하기로 했으며, 임직원에 코로나19 자가진단 앱을 배포해 매일 건강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방산부문 사업장을 운영 중인 한화, 구미에 공장이 소재한 효성그룹의 효성티엔씨·효성티엔에스, 라면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농심, LS전선 등 구미에 주요 사업장을 둔 제조·식품업체들도 사업장 내 확진자 방지를 위해 만전을 가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식품공장인 까닭에 평소 청결유지 및 방역활동에 힘썼다는 농심도 평소보다 더욱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가 기업들의 생산라인 근무자 중심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의 생산활동 차질 뿐 아니라, 해당 공장이 소재한 지역의 경기침체 등을 야기 시킬 수 있음에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단지 특성 상 제한된 공간에 복수의 기업들의 생산설비가 집약돼 있음을 지적하며, 특정기업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을 관계당국이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비를 주문했다.
구미에 생산라인을 보유한 모 업체 관계자는 “회사 내부 방역활동에 애를 쓰는 상황이지만, 직원들을 24시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 상 ‘우리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특히 제조업공정이 밀집한 구미의 경우 조선소·제철소 등과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 인력이 집중돼 근무하는 곳이므로, 기업의 자율적 활동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차원의 방역 및 관리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