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분해효소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 막아···다른 확진자에도 투약
전문가 “일부 환자에 제한적 효과”···향후 확진자 치료에 활용 늘어날 듯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치료를 받아 왔던 국내 2번 확진자가 퇴원한다. 2번 확진자가 치료 과정에서 에이즈 치료제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치료 과정에서 에이즈 치료제가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5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던 2번 확진자의 퇴원이 결정됐다. 2번 확진자는 지난 4일 실시했던 세 번째 유전자 증폭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는 등 이미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질본 등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2번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용 약물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HIV 치료용 약물은 에이즈 치료제를 지칭한다. 질본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중에서 2번 확진자 외에도 폐렴 증상이 심한 1번과 4번 확진자에게 에이즈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다.
2번 확진자 치료에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던 만큼, 에이즈 치료제가 어느 정도로 주효했는지는 단언할 수 없는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에이즈 치료제 사용만 일부 확인해줄 뿐,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로선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단 국내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데, 에이즈 치료제 사용은 의료계는 물론 약계도 주목하는 사인이다.
의료계와 약계는 2번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로피나비어(성분명)와 리토나비어(성분명) 성분의 약물을 병용요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병용요법이란 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사용해 병을 고치는 방법을 지칭한다. 즉 한 가지 약물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약물로 치료했다는 의미다.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 약물은 중국의 일부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 보건당국이 디탄병원 등 3곳의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들에게 두 약물을 투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래 에이즈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던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 약물은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다. 에이즈 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증식을 하는데 단백질분해효소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 약물은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하므로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한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에 에이즈 치료제를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약물 전문가는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물론,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정부의 메르스 즉각대응팀이 의료진에 에이즈 치료제 사용을 권유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에이즈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로선 일부 신종 코로나 환자에 대해 제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기 고대 약학과 교수는 “에이즈 치료제의 효능이 높다면 대다수 환자에 우수한 효과가 있겠지만, 효과가 월등히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유로 병용요법을 통해 일부 환자에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2명 추가, 이날 현재 18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다른 약물에 비해 치료 효과가 일부 확인된 에이즈 치료제가 더 빈번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학적으로도 에이즈 치료제를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 투약하는 데는 일정 정도의 근거가 있다”며 “국내 에이즈 치료제 비축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추가 수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