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월패드·무인택배함 등으로 진입···“도어록·엘리베이터 조종도 가능”
“해킹 막는 방화벽 구축할 경우 비용 부담 커”···법 개정안, 부처 간 엇박자로 제자리걸음
최근 주택시장에서 보편화 되고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에 대한 보안 관련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스마트홈 시스템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집 안의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이다. 편리성과 효율성이 높은 반면 해킹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해킹 피해 사례가 발생하면서 거주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대책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건설사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개선에 소극적인데다 관련 법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2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스템은 온도 조절 장치, CCTV, 냉장고 등을 집안의 모든 장치를 외부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든 장치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어된다. 하지만 사용자 접근성이 쉬운 만큼 해킹도 쉽게 이뤄진다.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홈 기기에 접속해 주인 모르게 거실과 안방 등을 마음대로 켜고 끌 수도 있다. 실제로 2018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선 해외 해커들의 공격으로 공용서버가 공격을 받았다. 당시 장비를 제어하는 ‘월패드’ 기능이 고장나면서 공용현관문 비밀번호가 초기화되고 집안의 형광등이 저절로 켜고 꺼지는 등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해킹이 한 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단지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메인 서버에만 방화벽이 설치돼 외부 해킹만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내 세대들 사이엔 방화벽이 따로 없다. 메인서버 대신 월패드·CCTV·무인택배함 등이 연결된 인터넷에 접속하면 손쉽게 해킹이 가능하다. 방화벽이 없기 때문에 해커는 단지 내부로 진입만 하면 전 가구를 쉽게 넘나들 수 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여러 아파트 단지가 해킹을 당해 스마트홈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거나 전기요금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스마트홈 해킹은 개인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도어록과 엘리베이터까지 조종할 수 있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해킹에 대한 문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형건설사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기술 보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가구가 많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모두 챙길 수 없는 실정이다”며 “신규 아파트의 경우도 방화벽을 설치할 경우 건설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법 개정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월 ‘가구 간 사이버 경계벽 구축’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전 세대가 공유하는 공동주택 단지 망을 세대 간 독립된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구마다 별도의 보안시스템을 설치하면 같은 스마트홈 시스템 사용자라도 다른 집에 침입할 때 개인용 방화벽을 뚫어야 해 보안 수준이 크게 향상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추가 근거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부와 국토부 3개 부처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 기준’ 행정규칙에 ‘세대 간 망 분리’ 조항을 신설하기로 지난해 4월 합의했지만, 과기부의 조직개편으로 담당 실무진이 바뀌면서 올 상반기까지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