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모든 포장재 '종이'로 바꾸는 '올페이퍼 챌린지' 25일부터 시작···냉동 박스부터 테이프까지 'all' 종이
SSG닷컴 '재사용백'인 알비백과 전면 경쟁 예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에 사용되는 전 포장재를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바꾼다. 냉장 박스는 물론 냉동 스티로폼 박스까지 모두 종이로 바뀐다. 비닐 파우치와 지퍼백도 종이 파우치로 바뀐다. 박스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가 사용된다. 골칫거리였던 젤 아이스팩도 100% 워터팩으로 바뀐다. "마켓컬리는 다 좋은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그대로 반영해 개선한 것이다. 마켓컬리는 여기에 '올페이퍼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로써 소비자가 할 것은 단 하나다. 주문 상품의 포장을 뜯은 후, 모든 포장재를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분리수거장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남겨진 포장재는 다음 주문 시 마켓컬리가 회수한다. 이는 폐지 재활용업체에 판매된다. 수익금은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초등학교에 교실 숲을 조성하는 활동으로 연계된다. 마켓컬리가 '친환경 이미지'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친환경은 최근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다. 마켓컬리의 경쟁사로 지목되고 있는 SSG닷컴은 지난 6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알비백'을 소개했다. 알비백은 재사용 에코백으로 별도의 박스 포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알비백을 사용 후 현관 앞에 내놓으면, 다음 주문 시 배송기사가 제품을 그 안에 담아둔다. 이런 방식으로 반영구 재사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비백이 등장하자 여전히 비닐 포장재를 쓰는 마켓컬리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마켓컬리가 올페이퍼 프로젝트 실현에 더욱 열을 올린 이유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24일 강남구에 위치한 마켓컬리 본사에서 '올페이퍼 챌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24일 강남구에 위치한 마켓컬리 본사에서 '올페이퍼 챌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지호 기자

마켓컬리는 이번 챌린지를 지난 8개월간 준비했다고 밝혔다. SSG닷컴의 알비백이 직접적인 트리거는 아니란 뜻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24일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저희는 거래하는 생산자분들과 기후변화·환경오염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 컬리가 잘될수록 환경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제는 큰 점프가 필요하다고 봤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썩지 않고 토양에 몇 백년씩 남는 플라스틱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를 덜 쓸 수 있을까 하는 데서 고민을 시작했고, 올페이퍼 챌린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물론 재사용백 도입도 고민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김슬아 대표는 "재사용백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내구성 문제와 위생 문제"라면서 "재사용백은 계속해서 써야 하는데, 이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수명이 다한 백도 결국 플라스틱이라 재활용이 어렵다. 또 한 바구니에 음식을 여러 번 담으면 위생 문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마켓컬리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재사용백 사용을 시험한 결과 "마켓컬리가 회수해서 빨아줄 거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험과 과정을 통해 마켓컬리는 현 포장재의 대체재를 다시금 종이로 정했다. 김 대표는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바꾼 우리의 올페이퍼 프로젝트는 신선도, 품질 유지 측면에서 모두 탁월한 선택이다"라고 종이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켓컬리가 사용하는 종이 포장재는 내부 패키징팀에서 2016년부터 연구하고 실험을 거친 끝에 업그레이드된 친환경 보냉 박스다. 이번 종이 박스는 그간 3번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종이 박스의 최종판(현재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새 박스는 2중 골판지를 사용한 공기층 구조를 활용해 보냉력을 높이고, 재활용에 적합한 특수 코팅으로 습기에 강해 장기간 견고한 형태를 유지해준다.

대부분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배달되는 냉동 보냉 박스도 모든 조건에서 12시간 이상 영하 18도를 유지해 상품의 신선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특히 드라이 아이스로 인한 박스의 냉해를 막기 위해 박스 바닥에 종이 패드를 한 겹 더 깔았다. 이로써 박스를 옮기는 작업자나 소비자가 다칠 수 있는 위험도 차단된다. 이 모든 박스는 103회의 자체 테스트와 1550여 회의 모니터링을 거쳐 탄생했다. 마켓컬리의 배송 포장재 관리 기준인 냉해와 해동률 0.015% 이하, 상품 파손율 0.4% 이하, 워터팩 파손율 0.03% 이하 등 기준 조건을 모두 충족해 도입을 확정했다. 

선택은 이제 소비자의 몫이다. 한 에코백을 반영구적으로 여러 번 재사용할지, 종이 박스로 받을지를 소비자 스스로 택할 수 있다. 궁금하면 사용해보면 된다. 새로운 종이 포장재는 25일부터 전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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