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 가벼운 게임 포트폴리오 확대 고민해야”

다양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 /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다양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 /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극단적 단순함’을 추구하는 ‘하이퍼 캐주얼(hyper casual)’ 게임이 최근 대세 장르로 부상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란 문자 그대로 가벼운 기존 캐주얼 게임보다 더 가볍고 단순한 ‘미니 게임’을 의미한다. 조작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튜토리얼 없이 즉석에서 게임 방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상업적 잠재력은 지난 2013년 출시된 ‘플래피 버드’의 글로벌 흥행을 통해 일찌감치 확인된 바 있다. 베트남 개발자 동응우옌이 고작 3일 만에 제작한 해당 게임은 2014년 1월 기준, 미국과 중국 앱스토어 무료 게임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며 하루 5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그래픽은 1980년대 초반 오락실 게임을 연상시킬 만큼 투박했고, 게임 내용도 새 모양의 아바타가 파이프를 피하면서 날아가는 것이 전부지만,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과 도전심을 유발하는 난이도 등이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된 케이스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경우 잠깐 시간이 났을 때, 아무런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는 소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파일 용량이 작아 보급형 단말과 느린 네트워크로도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소비자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이퍼 캐주얼의 글로벌 확산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입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당히 커졌다. 앱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무료 게임 다운로드 20위권 내에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해당 게임들의 글로벌 수익은 지난해 통산 20억~25억 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경우, 새로운 경기를 시작할 때 광고를 노출시키기 때문에 유저들의 동영상 광고 시청량이 여타 게임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이퍼 캐주얼 분야의 대표 퍼블리셔로는 유럽권 업체인 부두와 케찹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두의 경우 투자은행 골드먼 삭스로부터 지난해 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차세대 메이저로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모바일 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텐센트는 첫 하이퍼 캐주얼 게임인 ‘점프 점프’를 지난 2017년 말 출시해 불과 며칠 만에 수억명의 유저를 모았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위챗 메신저 앱 미니게임 형식으로 다양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위챗 미니게임 콘텐츠의 월간 실질 이용자 수는 최근 4억명을 돌파했으며, 해당 게임 중에는 월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도 있다.

모바일앱 광고 플랫폼 업체인 민티그럴 에릭 팽 CEO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중국 iOS 관련 전체 게임 다운로드의 30% 가량을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하이퍼 캐주얼도 주요 장르로 분류되기에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콘진은 국내 업체들이 이같은 변화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콘진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업계는 최근 수년간 MMORPG 장르 하드코어 게임에 집중해 왔다”며 “이런 추세는 해당 게임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한콘진은 자동 사냥으로 레벨업을 하고 결제를 많이 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방식의 모바일 MMORPG는 하드코어 장르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주류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0위권 모바일게임들을 국가별로 비교할 때, 한국은 해외 시장들과의 유사도가 고작 20%에 불과해 이미 갈라파고스화를 우려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콘진 관계자는 “가벼운 게임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생존 기반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콘솔,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본질적으로 가벼운 게임에 어울리는 플랫폼이다. 실제 유저 측면에서도 캐주얼 유저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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