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운동 성격···게임 가치·중요성 알릴 것”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게임스파르파’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원태영 기자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게임스파르파’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원태영 기자

게임업계가 질병코드 도입 대응 ‘게임스파르타’ 조직을 출범시켰다.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게임스파르파’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공대위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응하는 중요한 활동의 일환으로 게임문화 저변 확대와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 정예부대 게임스파르타를 모집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에 등재했다. 이후, 해당 현안을 둘러싼 게임업계와 의료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갈등만 깊어졌다.

게임스파르타는 학계 관계자들이 중심이 된 아카데믹 길드와 게임산업계 종사자들의 모임인 크리에이티브 길드로 구성됐다. 이들은 향후 게임질병코드와 게임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팩트체크, 게임 순기능 발굴 및 기술적 가능성 제시, 글로벌 개발자들과의 교류·연대 등 활동을 하게 된다. 아카데믹 길드장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가, 크리에이티브 길드장은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실장이 맡았다.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게임스파르타는 향후 질병코드 논란에 대응하는 활동을 담당할 중요한 조직으로 기대가 크다”며 “특히 게이머들의 풀뿌리 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어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WHO는 지난 5월 25일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게임이용장애에는 ‘6C51’코드가 부여됐으며,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 ICD-11의 효력은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한다. 다만 ICD-11의 경우 기본적으로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각 회원국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이를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ICD를 기초로 한국질병분류코드(KCD)를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현재 KCD는 2020년 고시를 목표로 8차 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ICD-11 효력이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하는 만큼, 빠르면 9차 개정 시기인 2025년부터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 내용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의료·교육·게임업계 등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하는 각 정부 부처의 입장마저 다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인적 구성과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는 상태다. 앞서 공대위는 민관협의체에 대해 향후 활동 방향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위정현 위원장은 “게임 질병코드 지정을 위한 특정 의사집단의 집요함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의료계만이 게임을 질병으로 몰고 가는 노력과 집요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의사집단이 숙원사업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며 “오늘 출범하는 게임스파르타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담긴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아카데믹 길드는 게임을 공격하는 근거가 되는 엉터리 논문을 철저히 검증하고 밝혀내는 작업을 할 예정이며, 크리에이티브 길드는 4차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게임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보여주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정태 교수는 1970년대 미국에서의 게임에 관한 폭력성 논쟁 이후 2011년에 이르러서야 게임이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것으로 판결한 사례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2014년부터 시행돼온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과 WHO의 게임질병코드 지정의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국가 예산을 들여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을 벌였지만,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 이유에 대해 끝까지 파헤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이처럼 질병코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주요국가별 게임정책 및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논의 비교’ 보고서를 통해 질병코드 도입 이후 국내 게임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내용을 발표했다.

민지원 현대경제연 연구원은 “질병코드화 도입으로 인한 게임산업 영향은 유사 선례가 없어 예측하기 힘드나, 셧다운제 실시와 가장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 연구원은 2012년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2013년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이 -0.3%를 나타냈고, 셧다운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PC게임 시장 규모는 2013년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국내도입에 대해 복지부와 문체부, 게임계, 의료계 등 각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며 “게임산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높아 미래유망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존재하므로 관련업계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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