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조사 후 용처 불분명 지출 확인돼 220억원 삼진 대표에 부과···법인이 대납
삼진제약 “자세한 사항 밝힐 수 없다”···지각공시 관련 “법리적 다툼으로 확정 안 된 사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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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이 지난해 세무조사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197억여원의 추징세액(추징금)을 납부한 삼진제약은 올 초에도 220억여원의 추징세액을 별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진제약은 이같은 사실을 5개월 여 늦게 공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진제약은 올 1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기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 추징세액 220억6392만1170원을 부과 받았다고 20일 공시했다. 삼진은 “세무조사 결과에 불복해 관련 법령에 따라 과세관청인 서울국세청에 이의 신청을 냈다”며 “현재 행정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삼진제약은 추징세액 220억6392만1170원을 “소득귀속 불분명 사유로 인한 대표이사 인정상여 소득 처분에 대한 선납으로 선급금 계정 처리했다”고 별도 공시했다. 삼진제약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이날 선급금 지급 결정을 지연 공시한 자사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사실도 공시했다.

이같은 세무당국의 삼진제약 대상 추징세액 부과는 지난해 7월 24일부터 서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12월 197억2886만9810원 추징세액을 통보 받아 납부한 삼진제약이 해가 바뀐 후 220억6392만1170원을 또 다시 납부했다는 점이다. 총 418억여원 추징세액은 제약업계에서는 드문 사례다. 전체 업종에서도 단일 세무조사 결과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삼진제약이 이같은 사실 공시를 5개월여 지연시킨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삼진제약이 197억2886만9810원 추징세액을 서울청으로부터 통보 받고 공시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14일이다. 납부기한은 같은 달 31일이었다. 삼진은 기한 내 납부를 완료했다. 197억2886만9810원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삼진제약 자기자본의 1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당시에도 서울청 대상 이의신청이 거론됐다. 하지만 삼진은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진제약이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220억6392만1170원 추징세액을 잇달아 통보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하순 경으로 추정된다. 공시에 추징세액 납부기한이 올 1월 10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220억6392만1170원의 추징세액 부과 배경이다. 앞서 언급대로 소득귀속 불분명 사유로 인한 대표이사 인정상여 소득 처분이다. 쉽게 설명하면 세무조사 결과, 일부 항목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이 확인됐을 경우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1항 1호는 ‘익금에 산입한 금액이 사외에 유출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귀속자에 따라 배당, 이익 처분에 의한 상여, 기타소득, 기타 사외유출로 할 것. 단, 귀속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세무당국은 대표이사에게 소득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방소득세로 추가 부과하게 된다. 참고로 소득세는 과표에 소득세율을 곱하고 여기에 가산세율을 곱해 나온 금액을 부과한다.

이같은 경우 세무조사를 받은 해당 법인은 관행대로 대표이사에게 부과된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대신 납부한다. 즉, 삼진제약이 대표이사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대신 납부한 금액이 220억6392만1170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은 삼진제약의 어느 회계 항목에서 발생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대개 접대비나 판촉비, 복리후생비 등 항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밝혔다.  

특히 지난해 감사원의 서울청 감사 결과와 관련된 조치가 삼진제약에 적용된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서울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종결한 제약사에 대한 법인통합조사 4건 결과를 점검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확정한 시점은 지난 8월 하순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4월 중순 지적사항에 대한 의견을 서울청과 교환했기 때문에, 7월 24일 조사가 개시된 삼진제약에 변경된 세무조사 지침이 적용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감사원이 감사한 대상이 서울청 조사2국과 조사4국인데, 삼진제약을 조사한 주체가 조사4국이라는 점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골자는 세무조사 시 접대비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라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한도 이내일 경우 접대비로 인정해 왔지만, 이제는 접대비라도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국세청 관계자와 세무당국 조사 경력이 10년을 넘는 복수의 세무사는 “조사4국이 삼진제약을 대상으로 감사원 지시 등을 적용해 원칙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진제약은 220억6392만1170원 부과 배경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 삼진제약이 220억6392만1170원의 추징세액을 선급금으로 지급한 것은 지난 1월 10일인데, 5개월여가 경과된 6월 20일에야 공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선급금이란 매입처에 대해 상품·원재료 매입을 위해 또는 제품 외주가공을 위해 선급한 금액을 지칭한다. 삼진제약은 지난 1월 추징세액을 납부한 후 1분기 말 기준 선급금 규모를 247억여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말 22억여원에 비해 225억여원이 증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의 5% 이상 선급금을 지급하는 경우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일 공시에 따르면 삼진제약의 자기자본은 2053억1974만3426원이다. 삼진의 선급금 지급 금액은 자기자본대비 10.75%에 해당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삼진제약은 공시를 통해 향후 유가증권시장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벌점 및 공시위반제재금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추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등 구체적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하겠다는 점도 알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삼진제약은 서울청에 이의를 신청했고 220억6392만1170원이 확정된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공시를 지연시켰다고 해명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서울청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고, 금액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며 법리적 다툼이 남아있기 때문에 선급금 계정으로 회계를 처리했고 공시가 늦어졌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삼진제약 사태에 대해 주변 제약사들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접대비 등 항목에 대해 증빙자료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증빙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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