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동네 대마 흡연·유통 혐의자 인지···2016년 10월 이후 수차례 복수 경찰관에 신고 주장
혐의자 갖고 있던 대마 확보해 신고해도 “경찰관은 ‘버리세요’” 황당 반응
“경찰 수수방관에 지역 주민만 피해”···본지 취재 시작되자 수사 개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평범한 한 시민이 마약류인 대마를 버젓이 흡연·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 혐의자를 지난 2년 5개월여 동안 경찰 측에 수차례 제보했지만, 일선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이 해당 사건 수사에 본격 나섰지만, 경찰의 마약류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 태도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근 정부는 유흥 클럽을 중심으로 마약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버닝썬’ 사건으로, 대대적인 마약류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빌라 밀집지역에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웃집에 사는 남성이 수년째 집에서 버젓이 대마를 피우고 있다”면서 “단순 흡연이 아니라 대량으로 유통까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대마를 피우는) 남성 집에 사람들 출입이 잦은데 이들이 대마를 피우는 거 같아 그동안 여러 명의 경찰관에게 제보했다”면서 “이웃집 남성이 갖고 있던 대마초도 증거로 확보한 사실을 제보했는데도 경찰관은 ‘(대마초를) 그냥 버리세요’라고만 하더라. (경찰의 대응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웃집에서 난 ‘수상한 냄새’···대마 흡연 혐의자 인지한 제보자

A씨 주장을 요약하면, 자신의 이웃집 남성 B씨가 ▲빌라 밀집지역 가정집에서 대마초를 장기간 흡연하고 있고 ▲다수의 방문객들이 B씨 집을 드나들며 상습적으로 대마를 피우고 ▲물증까지 확보해 일선 경찰관들에게 여러 차례 제보했지만 경찰 측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물증을 유기하라’는 식의 경찰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제보자 A씨가 마약 혐의자 B씨의 대마를 찍은 사진.A씨는 시사저널e 기자에게 직접 대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제보자 A씨
제보자 A씨가 마약 혐의자 B씨의 대마를 찍은 사진.
A씨는 시사저널e 기자에게 직접 대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 사진=제보자 A씨

시사저널e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 A씨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듣고자 했다. 그런데 기자를 만난 A씨는 추가 증언을 하기 전에 기자 앞에 무언가를 내놓았다.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지 뭉치를 펼치자, 짙은 푸른색을 띤 기다란 잎줄기가 보였다.

가느다란 줄기에 잎이 붙은 대마초였다. A씨는 “이웃집 남성 B씨가 갖고 있던 대마초”라고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A씨가 내놓은 대마 잎과 줄기는 오랫동안 보관해둔 듯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다.

A씨가 이웃집 남성 B씨가 대마를 흡연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특히 B씨의 집주변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가 A씨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A씨는 “어릴 때 시골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쓰레기를 자주 소각했는데, 당시 다양한 재료가 탈 때 나는 냄새를 맡은 경험이 있다”면서 “그런데 B씨 집 주변에서 나는 냄새는 복합적인 향이 나고 실처럼 가느다란 느낌이 코를 때리는 식이었는데 굉장히 특이했다”고 말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로 B씨의 대마를 입수한 A씨는 대마 관련 범죄 혐의자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A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대마초는 A씨가 경찰 신고를 위해 따로 보관해둔 것이었다.

A씨는 B씨가 대마 흡연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한다고 의심했다. 평소 B씨의 집으로 손님들이 자주 드나드는 데다, 이들이 드나든 후에 유독 B씨 집 주변에서 ‘특이한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대마는 마약에 속하고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마약을 소지하거나 흡연, 유통하면 처벌받는다. 또 유통에 대한 처벌은 흡연보다 무겁다.

시사저널e는 A씨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A씨가 지목한 B씨의 거주지 일대 등을 탐문했다. 지난 22일 오전 기자가 찾은 B씨의 빌라는 노인과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밀집지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 기자는 B씨의 범행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B씨가 거주한다는 빌라 호수와 주변 상황 등은 A씨의 증언과 일치했다. 또 B씨가 평소 타고 다닌다는 외제 승용차도 B씨 집 인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A씨가 확보한 B씨의 대마초 사진도 전문가에게 의뢰해 본 결과, 실제 ‘대마엽’(대마초)일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의뢰를 해 THC(대마 환각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성분이 검출돼야 대마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육안으로 보기엔 대마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보자 “구체적 제보했는데 대응 없어”···파출소 직원 “상세 내용 없었다” 주장

A씨는 B씨의 대마 흡연·유통 가능성을 인지한 후 경찰 측에 마약 사건 제보를 했다. 문제는 이후 A씨의 제보를 접한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이었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무렵 경찰 측에 B씨의 범행을 첫 제보한 후, 지금까지 세 차례 이상 제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차례 제보에도 경찰 당국에게 수사협조 요청 등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이웃한 주택에서 사망사건이 있어 출동한 경찰관에게 B씨의 혐의를 제보했고 당시 경찰관도 ‘자신이 마약수사대에 있었는데 정보를 달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면서 “그때 경찰관에게 B씨 집 주소와 자동차 번호, 인상착의를 말했고, 휴대폰에 제보 내용을 적는 것도 봤지만 그 후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B씨가 갖고 있던 대마초를 확보한 뒤인 지난해 10월에도 파출소를 직접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근 파출소에 다른 일이 있어 찾아갔을 때 (B씨의 마약 범죄를 증명할 대마초 등) 증거도 갖고 있다고 했는데 경찰관은 ‘그냥 버리세요’라고 말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 거주지 인근 파출소장 김아무개 경감은 A씨가 마약 관련 제보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해당 지역이 민원 신고가 잦은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관할 지역은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라 하루에도 이상한 신고가 수 십 건씩 들어오기도 한다. 이상한 제보 전부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파출소 소속 이아무개 경위는 A씨로부터 대마 관련 제보를 받은 것은 인정했다. 이 경위는 “(B씨 거주지 부근에 출동했을 때) A씨가 ‘건물에서 대마초 태우는 냄새가 난다. 같은 건물 사람 모두가 대마를 피운다’라고 말한 적은 있었다”면서도 “누가, 어느 호실에서 피우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위는 “건물 주변에나 쓰레기봉투에서 (대마) 꽁초가 발견되지도 않았다”면서 “‘냄새가 난다’는 단순 주장만으로 건물 전체를 수색할 수 없었다. 강제수사에 돌입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고 관할 경찰서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중요 정보 소홀히 대응한 듯···수사 여력 안되면 전담팀 등에 제보 넘겼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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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A씨는 “경찰이 변명을 하고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A씨는 “현장에 나온 복수의 경찰관들에게 (B씨의) 호실까지 특정해서 대마 신고를 했다”면서 “‘제보가 구체적이지 않았다’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파출소에 방문했을 때 경찰관 2명과 테이블에 앉아 10분가량 구체적으로 말했다”면서 “당시 경찰관의 얼굴도 기억한다. 경찰이 계속 부인한다면 대면도 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A씨와 인근 파출소 직원들과의 의견이 상반되지만, 경찰의 미온적인 초동 대응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A씨의 수차례 신고 제보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서는 전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제보를 접했던 파출소 측도 ‘제보 내용이 부실하다’는 자체 판단으로, 관할 경찰서나 마약수사 전담팀 등에 관련 제보 발생 상황 등을 전달하지 않았다.

김연수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부교수(융합보안학과 부교수 겸직)는 “A씨가 제보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정보임에도 경찰관들이 이를 소홀히 듣거나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면서 “하루에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가려내지 못한 것은 핑계일 뿐이고, 경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파출소 직원들은 제보를 접했을 때 수사 여력이 안 됐다면 관할 경찰서 전담팀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보자를 연결해줬어야 한다”면서 “상시로 이뤄지는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할 경찰서인 고양경찰서는 기자가 파출소 직원들에 대한 해명 요청 등 취재를 시작하자, A씨를 불러 수사를 개시하며 뒤늦게 대응했다. 경찰은 A씨의 제보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수사와 B씨의 신병확보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우리 동네는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많아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면서 “마약 범죄자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더 우범지대화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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