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동력성능, 독특한 내외장 디자인 돋보여
엔트리카 수요 공략···박스카에 대한 저조한 국내 선호도는 부담

기아차 쏘울 부스터 주행 / 사진=기아차
기아차 쏘울 부스터 주행 /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는 6년 만에 출시한 신형 ‘쏘울’에 과감하게 ‘부스터’란 별칭을 붙였다. 이름부터 알 수 있듯 이전 모델과 다른 강력한 동력성능을 강조한다. 작고 다부진 차체가 뿜어내는 최대 204마력의 동력성능으로 운전하는 재미까지 갖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아차는 2000만원대 가격을 책정하고 첨단 멀티미디어 사양을 대거 탑재해 '생애 첫 차'를 찾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한다. 국내서 외면 받아온 박스카의 한계를 차별성으로 살려 엔트리카 시장에 진입할지 주목된다.

23일 기아차는 3세대 '쏘울 부스터'를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1세대 출시 이후 2013년 2세대를 거쳐 6년 만에 돌아온 신형 쏘울은 가솔린 1.6 터보 모델, 전기차(EV) 모델로만 꾸려졌다. 신형 쏘울은 강력한 동력성능을 이전 모델과의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웠다. 이날 가솔린 모델을 직접 타고 개선된 동력성능을 체감했다. 주행 코스는 서울시 강동구 스테이지28에서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리조트로 향하는 편도 60km 거리로, 도심 도로와 고속도로가 두루 포함됐다.

주행에 앞서 만난 쏘울 부스터는 영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 헬맷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를 자랑했다. 애니메이션이나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관은 아담한 몸집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냈다. 후면의 루프까지 이어지며 뒷유리를 감싸는 후미등도 우주선을 연상케한다. 각진 차체와 솟아있는 전고는 '박스카'로서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수평이 강조된 측면부는 이전 모델과는 다른 역동성을 새롭게 반영했다. 기아차가 신형 쏘울 디자인에 녹여냈다는 ‘하이테크’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작고 다부진 외모는 그대로지만 기존 모델 대비 몸집은 키웠다. 전장, 전고, 축거(휠베이스)를 기존 대비 각각 55mm, 15mm, 30mm 늘려 적재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쏘울 부스터의 전장은 4195mm, 전폭은 1800mm, 전고는 1615mm, 축거는 2600mm다. 차체는 다소 작지만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 박스카만의 강점을 보다 강화했다. 

외관에선 직선이 주를 이루지만 내관엔 원형과 곡선이 사용됐다. 1열에선 중앙 센터페시아를 비롯, 원형 디자인을 갖춘 기본 공조 장치가 눈에 띈다. 부채꼴로 펼쳐진 에어컨디셔너 옆엔 스피커가 배치돼 있고, 도어 주변엔 격자 무늬의 음각이 장식됐다. 마치 하나의 'IT디바이스'를 타는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운전석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자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가속력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가솔린 모델은 1.6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조합돼 동급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 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가 최대출력 126마력, 코나가 176마력을 발휘하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동력성능이다.

쏘울 부스터 가솔린 1.6 터보 모델 / 사진=윤시지 기자
쏘울 부스터 가솔린 1.6 터보 모델 / 사진=윤시지 기자

 

몸집 작은 차체는 가속 페달을 밟은면 밟는 대로 지면을 박차고 쭉쭉 뻗어나갔다. 고속도로에선 시속 150km까지도 무리 없이 속도를 올렸지만 ‘거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체 없는 가속 반응은 도로 위에서의 자신감을 높였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를 돌 때 뒤틀리지 않는 단단한 조향 성능은 안정적이었다. 전방만 주시해도 운전할 수 있는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차선을 꼼꼼히 찾는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 등 첨단 안전사양도 운전 편의를 도왔다.

다만 고속도로에 들어서 시속 100㎞를 넘어서면서 들이치는 진동과 소음은 다소 아쉬웠다. 차량 자체에서 발생하는 엔진 소음과 진동은 없었지만 작은 차급 특성상 외부 진동을 다 차단하기엔 무리가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로 요철을 지날 때마다 통통 튀는 주행감도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러나 재생 중인 오디오 음량을 올리면 깔끔한 음향이 차안의 소음을 내몰았다. 쏘울 부스터엔 재생 중인 음악의 비트에 따라 자동차 실내에 다양한 조명 효과를 연출하는 ‘사운드 무드 램프’도 탑재됐다.

복합 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12.2km/ℓ로, 기존 모델보다 13% 향상됐다. 다만 주행이 끝나고 난 뒤 연비는 리터당 9.5㎞로 찍혔다. 고속도로에서의 빈번한 급가속과 고속 주행으로 인해 다소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형 쏘울은 명백하게 생애 첫차를 찾는 젊은 수요층을 공략한다. 이중에서도 소형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정조준한다. 포지셔닝은 뚜렷하다. 세그먼트 구분이 애매한 ‘박스카’의 한계를 넘어, 소형 SUV에 진입해 새롭게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날 기아차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 김명섭 국내 마케팅팀장은 "엔트리카 수요가 SUV로 많이 몰린 만큼 소형 SUV 시장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며 "쏘울 부스터는 엔트리 소형 SUV 고객들 중 최신 기술이 적용된 상품성을 중시하고 감각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수요를 공략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책정된 가격대는 엔트리카 시장에 출사표를 내기에 무리 없는 조건이다. 신형 쏘울의 가솔린 모델은 프레스티지 1914만원, 노블레스 215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2346만원으로 책정됐다. 소형 SUV 시장에서 코나 가솔린 모델이 1860만~2558만원, 티볼리가 1626만~2388만원에 가격이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디자인과 제원 비교를 떠나, 첫 차를 고르는 20대~30대 초반 소비자들이 큰 고민 없이 구매 목록 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가격대다.

다만 여전히 박스카에 대한 국내 저조한 선호도는 부담이다. 쏘울은 미국에서 연 11만대 이상 팔리는 볼륨 차종이지만, 국내선 지난 2008년 출시 이후 10년 넘도록 10만대도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엔 2406대 팔리는 데 그치면서, 기아차 중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쏘울 부스터가 국내서도 흥행하게 될 경우 박스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의 올해 판매목표를 2만대로 잡았다. 기아차가 쏘울 부스터를 통해 박스카의 한계를 오히려 차별화의 기회로 삼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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