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준 사전계약 3000대 돌파···올해 판매목표 초과
고용량·고전압 배터리 탑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179.6㎞→386km

기아자동차가 신형 ‘쏘울 부스터 EV’를 내달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 이전 모델과 달리 장거리 주행 성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상품성도 대거 개선돼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 한 지붕 선수들과 경쟁할 채비도 마쳤다. 올해 판매목표를 웃도는 사전계약 실적도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다. 주저앉았던 판매 실적을 끌어 올리고 박스형 전기차 수요의 새로운 물꼬를 틀지 관심사다.

27일 기아차에 따르면 내달 공식 출시되는 쏘울 부스터 EV는 지난 22일 기준 사전계약 3000대를 기록했다. 올해 판매목표 2000대를 상회하는 수치다. 전기차 구매 특성상 사전계약이 실제 구매로 직결되진 않지만 초기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전계약 대수가 올해 판매 목표를 넘어섰지만 모두 실 구매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 특성상 구매 보조금 수령 여부에 따라 실제 구매가 좌우된다. 막상 실제 구매까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도 "공식 출시 전까지도 사전계약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쏘울 부스터 EV /사진=기아차
쏘울 부스터 EV /사진=기아차

 

쏘울 EV는 국내 전기차 시장 포문을 처음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신차 경쟁에 밀려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함께 받는다. 쏘울EV는 지난 2014년 2세대 모델로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서 총 6106대 팔렸다. 출시 직후 국산 전기차 시장 선두를 달리다가 2016년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 이후 연간 판매량 729대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이어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의 니로EV가 한국GM의 볼트EV와 3파전을 형성하면서 쏘울EV의 시장 입지는 보다 좁아졌다.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볼트EV가 각 1만1193대, 3433대, 4722대 팔린 데 반해, 쏘울EV는 1746대 팔리며 전년 대비 14.9% 물량이 빠졌다. 이들 신형 전기차들이 380km를 상회하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반면, 쏘울EV는 이에 절반 수준에 그치는 주행거리(179.6km)로 시장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그러나 내달 공식 출시되는 신형 쏘울EV는 이전 모델에서 대폭 개선된 1회 충전시 주행거리 386km를 앞세워 경쟁차종인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볼트EV와의 경쟁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신형 모델에 이전 모델(30kWh) 대비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린 64kWh 고용량·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했다. 기존 대비 출력(150kW)을 80% 이상 향상했고 저부하 토크 영역에서 효율을 증대시킨 모터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신형 쏘울 EV는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가 386㎞로, 기존 모델(179.6㎞)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사실상 기아차 전기차 중 최장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장거리 주행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니로 EV(385㎞), 코나 일렉트릭(406㎞), 볼트EV(383㎞)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첨단 운전보조시스템(ADAS)과 전기차 특화 사양, 첨단 멀티미디어 등 기능이 탑재되는 점도 상품성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쏘울 부스터 EV엔 가솔린 모델에 탑재된 후측방 충돌 경고(BCW), 차로이탈방지 보조(LK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등 기능과 함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정차 및 출발 기능 포함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SCC w/S&G) 기능이 추가로 탑재됐다. 

가격대 역시 4600만~4900만원에서 책정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동급 차종인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볼트EV가 4000만원대 중후반에서 가격을 형성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모델 보다 주행 가능거리가 대폭 늘면서 그간 받아온 778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올해 900만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쏘울EV는 경쟁 모델에 비해 물량 측면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 규모는 4만2000대로 확대됐지만 경쟁 모델의 증산이 예상돼 시장 점유율을 반전시키기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니로EV는 지난해 국내 판매대수보다 75% 가량 증가한 6000여대를 올해 공급하고, 한국GM도 볼트EV의 물량을 지난해 판매량보다 48%가량 늘린 7000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쏘울EV의 올해 생산가능 대수는 2000대에 그쳐, 물량 측면에선 기존 3파전 경쟁에 다소 밀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독특한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 물꼬를 트고 박스카로서의 시장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쏘울 전기차는 국내서 판매가 저조하지만 해외에선 3만대 이상 누적 판매를 기록했다"며 "국내서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생산대수가 한정돼 있긴 하지만 시장에 상품성이 개선된 전기차 모델들이 확대되는 것도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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