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인치 대화면 등 등 ‘패블릿’ 수요까지 겨냥…AR 등 미래폰 가늠자 될 듯

지난 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아이폰7을 개통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오는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6년 째 되는 날이다. 얄궂지만 이즈음 애플 마니아들 사이에는 설렘이 온기처럼 펴져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때쯤이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이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잡스폰이라고도 불리는 아이폰이지만, 새 제품의 모양새는 ‘잡스시대’와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6인치에 육박하게 된 대화면 채택이 눈길을 잡아끈다. 새 제품이 증강현실(AR) 등 미래형 스마트폰의 가늠자가 될 혁신을 내놓으리라는 해석도 있다. 하반기 시장 판도는 결국 아이폰8이 주도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관련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신형 아이폰이 오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새 캠퍼스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공개된다. 이 극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 얼개를 드러낸다.

행사 초대장 제목은 ‘우리의 장소에서 만납시다(Let’s meet at our place)’다. 새 제품이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 10주년에 대한 헌정임을 간접적이나마 드러낸 셈이다.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 출시 전부터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 제품의 명칭이 아이폰8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외신 일각에서는 신형 아이폰이 ‘아이폰 에디션(edition)’이나 ‘아이폰 X’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누가 뭐래도 ‘잡스 헌정폰’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잡스시대의 아이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10년 전 나온 오리지널 아이폰은 3.5인치였다. 잡스가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에 쓸 수 있어야 한다”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화면이 4인치로 커진 것도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러다 2014년 아이폰6플러스를 내면서 5.5인치로 화면을 크게 늘렸다.

12일 공개되는 새 아이폰의 화면 크기는 5.8인치다. 베젤을 최대한 줄이는 등 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이 먼저 사용한 디자인을 선보일 공산도 크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에 나오는 ‘차차기’ 아이폰 모델의 화면 크기는 6인치를 넘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업계서는 통상 5.5인치가 넘어가면 태블릿과 폰의 특성이 결합됐다는 의미로 ‘패블릿’이라 부른다. 잡스의 법칙을 깬 셈이지만 변화하는 시장흐름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패블릿 시장이 올해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을 넘으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블릿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팀 쿡 애플 CEO. / 사진=셔터스톡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는 각각 6.3인치와 6인치의 대화면을 채택했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오 샤오미 역시 6인치대의 대화면 플래그십을 들고 시장에 나왔다. 당장 ‘패블릿 아이폰’이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거리가 됐다. 애플로서도 대화면을 택해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부드럽게 타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그렇다고 새 아이폰이 업계의 일반적 경향에 수렴하는 ‘안정지향 폰’인 건 아니다. 일단 단순히 화면만 늘린 게 아니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새 아이폰에서는 화면이 커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홈버튼이 사라진다. 대신 화면 하단에 작은 바(bar)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잠금해제 할 수 있는 형태가 쓰일 전망이다. 이외에도 3D 안면인식 센서와 후면 듀얼카메라, 급속무선 충전 등이 지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 10주년 기념작답게 애플 특유의 혁신 DNA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서는 이번 아이폰이 차세대 증강현실(AR) 등 미래형 스마트폰을 예견할 가늠자가 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둔화 중인 상황서 애플이 아이폰8로 10년 만의 진정한 혁신을 준비 중”이라면서 “그 핵심은 AR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에 대한 전망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애플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미국 매체 사이에서도 적게는 112만원에서 많게는 160만원까지 예측이 분분하다. 삼성전자는 6일 갤럭시노트8 기본형의 국내 출고가를 109만 4500원으로 책정했다. 아이폰8에 대한 예상치 중 적은 금액으로 나올수록 갤노트8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셈이다.

업계서는 올해 아이폰8의 판매규모가 최대 4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사 플래그십의 특징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면서 도리어 애플이 수혜를 입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두업체 하드웨어 전략이 플렉서블 OLED와 듀얼 카메라로 동일해짐에 따라 결국 브랜드 충성도 싸움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점유율 상승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는 아이폰8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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