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기반 서비스 척박, 시장현실 감안한 고육지책…장기적으론 콘텐츠 가다듬어야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국내 대표적 OTT(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tving)과 푹TV(pooq)가 영토 확장 공세에 나섰다. 두 OTT는 반년의 시차를 두고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했다. 유료기반 서비스가 척박한 국내 시장현실 탓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 와중에 두 OTT가 내놓은 또 다른 돌파구가 영화‧음악 등을 곁들인 결합상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락인(Lock-in) 효과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푹TV의 실시간 방송은 현재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티빙은 지난 1월 3일부터 실시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존 실시간 TV 이용권 가격은 2900원이었다. 푹TV는 지난달 17일부터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 드라마, 영화, 예능, 스포츠, 키즈 등 50개 이상 프리미엄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무료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국내 방송시장은 유료 기반 OTT 서비스가 용이하게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로 짜여있다. 일단 아직까지 불법 다운로드 문화가 뿌리 깊다. 최근에는 중국 서버를 경유해 국내서 무료로 불법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활황이다. 무료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인한 후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푹TV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유료 OTT가 성장한 케이스가 드물다. 음원 서비스의 경우 오랜 기간 불법다운로드 등을 차단하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방송‧영화 분야서 크게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 아직은 시장을 키워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여기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기업이 통신과 IPTV를 결합상품으로 내놔 소비자를 유혹한다. 아직은 약풍 수준이지만 넷플릭스도 상륙해있다. 개별 경쟁자 면면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보유 콘텐츠를 차별화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티빙과 푹TV의 운영사가 모두 전통 방송채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티빙은 CJ E&M이, 푹TV는 지상파가 출자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운영하고 있다. 김준환 콘텐츠연합플랫폼 대표이사가 티빙 전략‧마케팅 그룹장 출신이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시장구조가 OTT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 기존 방송사업자가 불리해진다. 미국 방송산업도 넷플릭스와 드라마피버에 끌려가는 걸 우려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OTT를 화두로 생각하면서도,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진출용으로 더 염두에 두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국내 대표 OTT가 콘텐츠제작 등 대규모 투자보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선에서 사업전략을 가다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와 달리 미국 넷플릭스, 중국 르티비(Letv) 등 해외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세적으로 제작하면서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미국 비키(Viki)도 지난해 한‧미‧중 공동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푹TV의 초창기 롤모델로 전해진 미국 훌루(Hulu)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물론 시장규모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하나에 5000만 달러(영화 ‘옥자’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는 힘은 전 세계에 걸친 수요에서 나온다. 중국은 내수시장만 해도 규모가 막대하다. 르티비가 제작한 웹드라마의 경우 플랫폼이 르티비 하나임에도 3개월 간 스트리밍 뷰(view)가 32억 건을 넘어섰다. 국내 업계서는 상상키 힘든 일이다.

이 와중에 국내 업체들이 찾은 나름의 돌파구가 결합상품이다. 지난 4월 음원서비스 벅스와 결합상품 2종을 선보인 푹TV는 최근 4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방송과 영화, 음원 스트리밍을 뒤섞은 셈이다. 티빙은 6월부터 ‘방송 무제한’ 이용권 고객에게 최신영화 500편의 VOD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푹TV 관계자는 “(벅스뮤직 같은) 이종 서비스와의 결합은 드문 케이스긴 하지만 앞으로도 (타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 ​서로 다른 장르 간 결합상품을 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업계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OTT 비즈니스 특유의 유연함을 발휘했다는 시각도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락인(Lock-in) 효과를 거두려면 초점을 콘텐츠에 맞춰야 주장한다. 차별화는 플랫폼 서비스보다 이 서비스가 실어 나르는 내용에 있다는 얘기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아직 국내 OTT가 규모를 온전히 키우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 대대적 투자가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상황에서 결합상품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유입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입된 이용자를 오래 잡아두려면 그 플랫폼에서만 시청이 가능한 콘텐츠를 더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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