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축소·쇄신한 이재용…‘선 긋기’ 전략 먹혀들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5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8.3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선 긋기’를 하며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이건희·이재용 부자와 미래전략실 관계가 재조명받고 있다.


법원이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관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선고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비서실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이후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으로 개칭돼 회장 직속 참모 역할과 그룹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싱크탱크로서 존재해왔다.

미래전략실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조직 쇄신을 위해 해체됐다가 2010년 그룹 내 중장기 투자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을 명목 아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

최지성 전 실장을 장충기 전 차장이 보좌했고 전략, 인사, 경영진단, 기획, 커뮤니케이션, 준법경영 등 7개 팀이 꾸려졌다. 전체 인원은 200~250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내부 각 계열사에서 우수한 인사 고가를 받은 에이스들이 5년가량 근무하고 복귀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은 지난 3월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래전략실 폐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결정적이었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꾸준히 그 규모가 축소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건희 회장은 매일 미래전략실의 보고를 받으며 모든 삼성 계열사들을 세세하게 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경영이 자율보다는 통일되고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됐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아래에서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미묘하게 변화하고 축소됐다. 2015년 12월 인사를 통해 전략1팀과 2팀이 합병됐으며,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하던 비서팀도 없어졌다. 미래전략실 쇄신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실용주의와 계열사별 각자도생 방침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축소를 단행했다는 사실은 ‘미래전략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주도했다’ ‘최순실 일가 지원도 미래전략실에서 했다’ ‘나는 미래전략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는 이 부회장은 최근 피고인진술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 역시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금융지주사 설립, 정유라 승마지원 등 뇌물죄 혐의 사실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는 논리를 세웠다.

재계 속사정에 밝은 한 홍보팀 관계자는 “단기 이익이 십 수조에 달하고 글로벌 이슈를 신경써야하는 삼성 경영자 입장에서 승마지원 등 작은 업무는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래전략실이 알아서 했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래전략실 사람들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사람들”이라며 “새로 그룹을 장악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보다 회사 내부사정을 잘 아는 미래전략실 사람들을 부담스러워 했고 조직을 축소하려고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 몰래 진행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미래전략실은 이병철 초대 회장부터 그룹 오너의 비서실 역할을 한 조직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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