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조차 시공 탐내는 하이엔드 주거문화 주도…일반 공동주택으로 영역 확대 계획
민 대표는 디벨로퍼업계에서 강남 고급빌라 리더로 통한다. 민 대표가 시행한 사업장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실시하는 고가 공동주택 순위권에 랭크된다. 대학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연세건설이었는데 이곳에서 청담동 연세빌라 시공에 참여하며 고급빌라와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건설사들이 주거시설로서 개성이나 편의성은 차치하고 성냥갑 모양의 집만 우후죽순 공급하던 시기였다. 그는 집이 투자대상이어선 안된다는 원칙을 갖고, 건축사가 물리적 공간만 설계하는 것을 뛰어넘어 가족 구성원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한 공간구상을 꿈꾸다 실천에 옮겼다.
민 대표 주도하에 시행한 첫 사업장은 한강대교 남단의 잠원동 빌폴라리스다. 1997년 IMF로 주택경기가 침체기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이미 입주 15년차가 됐지만 총 15세대 가운데 13세대가 초창기 멤버 그대로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건물에 대한 매수자들의 만족감이 높다. 민 대표 스스로도 입지나 공간구성, 자재가 뛰어났다고 자평할 정도로 첫 사업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후 청담동 빌폴라리스를 지으며 사업규모를 확장했다.
그가 마냥 탄탄대로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디벨로퍼로서 입지를 굳혀나가던 중 위기가 생겼다.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 호수조망의 고급빌라를 계획하고 대규모 알짜부지를 매입했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시공사 부도로 착공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자금회수가 쉽지 않았고 결국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오피스텔로 사업계획을 급히 전환했다. 자신의 비전공분야였던 만큼 성과가 좋진 않았다.
그러다 청담동 엘루이호텔 부지에서 총 29세대, 세대당 최고 120억원대 고급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 시행으로 고급 빌라업계 리더 자리굳히기에 성공했다. 통상 1군 건설사는 공사규모가 적은 빌라시공에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이곳은 대한민국 부촌(富村) 일번지인 청담동의 랜드마크 빌라인 만큼 시공권을 얻기위해 다수의 건설사들이 먼저 관심을 표했다. 우선협상자로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고 최종 시공사업자는 이달 말 결정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8~9년 간 강남권에서 고급빌라 공급이 끊겼다가 오랜만에 나온 분양인 홍보대행사도 없이 분양세대의 절반이 이미 계약 완료됐다. 계약자들의 면면은 뛰어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 오너2세가 여럿 포함돼 있다.
특히 계약자 가운데 배우 장동건과의 인연은 화제다. 장동건은 민 대표가 첫 사업을 한 잠원동 빌폴라리스의 고객이기도 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장동건은 경기도 평촌에 살면서 생애 첫 주택 구매를 위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을 마친 뒤에는 공정과정을 꼼꼼히 검토했다. 지금은 장 씨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데, 당시 첫 주택에 대한 만족감과 성장한 경제력에 ‘더 펜트하우스 청담’ 계획이 세워질 즈음 거의 첫 고객으로 계약을 한 것으로 업계에서 회자된다.
민 대표는 입지적 장점에만 의존하기보다 초상류층 고객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담아내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성공요인이 됐다고 자평한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들의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 특히 ‘더 펜트하우스 청담’ 사업장에선 사업 총괄자인 PM(Project Management)역할을 수행한 심상왕 하이라이프 대표를 은인으로 꼽는다.
심 대표는 1990년대 고급주택단지인 방배동 서래마을부터 시작해 강남권 고급빌라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특히 그는 ‘내부공간은 외부공간을 지배한다’는 원칙을 사업장에 담는다. 외부는 단지 상징적 의미만 줄 뿐 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지만 내부공간은 라이프 스타일을 지배하는 만큼 각각 공간의 기능적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실용주의자다.
민 대표의 중·장기적 목표는 영역확대다. 지금까지 하이엔드급 빌라시장 고객대상으로만 공급해 온 주거상품을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까지 공급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0여년 이상 시장을 이끌어 온 디벨로퍼로서 시장에 진입하는 초창기 시행사들에 대한 관심도 많다.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부터는 파이낸싱이 매우 보수적으로 이뤄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시행사는 우수한 시행 계획안을 품고도 실천에 옮기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민돈기 대표는 “PF조달은 신용공여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권이 반드시 꼼꼼히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금융에서 사업평가보고서로 비전을 정확히 평가해 금융과 사업수익을 나누는 형태가 보다 더 확산되면 디벨로퍼 업계도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