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안주 않고 타업종, 해외로 영역확장 분주…"변화에 성공해야 살아 남아"
올해 상반기 은행들은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은행들은 1분기에 예상보다 좋은 순이익을 거둔 상태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 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은행들의 곳간을 채운 주요 요인이 됐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기업과 가계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 성장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선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 대다수는 금융 지주사 형태로 변신해 증권업, 보험업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한 다음 수익처를 다변화했다. 은행 자체로도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자수익 위주를 탈피하기 위해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영위하려하는 등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 상반기 호실적 예상되는 은행권
저금리에 움츠렸던 은행들이 올해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조281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8660억원)보다 22.3%(4158억원) 증가했다. 1회성 이익 등이 포함된 측면도 있지만 이자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8% 늘었고 신한은행은 9.8%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이자이익 역시 각각 4.1%, 1.0% 늘었다.
업계에서는 견조한 예대마진을 통한 순이자이익(NIM) 증가로 이들 은행의 2분기 실적 역시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은행업종 합산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3조6400억원과 2조856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6%, 9.0%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분기 예상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3.2%와 9.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은 예상 순이익이 68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의 향후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대마진 이익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예금 금리는 제자리인 반면 대출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5월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3.47%로 전월(3.41%)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년3개월만에 최대치였다. 반대로 같은 기간 수신금리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가계 대출 증가폭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의 5월 가계대출은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000억원에서 2월 2조9000억원, 3월 3조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되더니 4월 4조6000억원, 5월엔 6조원대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 “미래 대비하자”···비은행 영역 군침 흘리는 은행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은행업은 기존 예·적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이익에만 기대기엔 더 이상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중 하나로 은행업계는 신탁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신탁업은 지난해말 기준 금전신탁 391조원, 재산신탁 350조원으로 성장한데다 향후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특히 은행업계는 신탁업을 통해 증권업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자산운용업까지 진출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신탁은 고객이 자산을 수탁자에 이전하거나 처분하고, 수탁자가 자산을 운용해주는 제도다. 신탁업에는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금전신탁뿐만 아니라 부동산·재산권 등까지 관리하는 종합재산신탁, 유언 작성과 상속 문제를 관리하는 유언신탁 등이 있다. 현재는 증권사만이 투자일임업과 신탁업 라이센스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신탁을 통해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상반기 은행들은 비은행과의 시너지 만들기에도 노력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계열사와 네트워크 공유를 통해 칸막이를 제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는 KB은행과 KB증권을 묶어 CIB(기업투자금융) 복합점포를 내놨다. CIB는 대출과 예금, 외환 등의 기업금융상품에서부터 인수합병(M&A), 인수금융 관련자문,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기업공개(IPO) 등 증권사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금융서비스형태다.
여기에 은행들은 올 상반기 해외 시장 개척과 같은 수입처 다변화에도 힘썼다.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파이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화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11개 해외법인이 기록한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7% 증가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영역이 타 업종, 타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며 “그동안 은행업계는 번번이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외 다른 은행과 비교해도 이익 편중성이 큰 상황이었다. 미래에는 이 같은 이익 다변화에 성공한 은행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