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시대 연 K뱅크 출범…기존 은행들, 몸집 줄이기와 디지털화 가속
올해 상반기 은행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패러다임 전환과 변화’였다. 기존 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은행인 K뱅크가 올해 4월 3일 첫 등장했다.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나눠졌던 영역에 인터넷은행이 가세한 것이다.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와 은행원들이 없어 판매·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금융 소비자에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의 크기를 늘릴 수 있었고 출범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기존 은행들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은 자본 규모로는 기존 은행에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붙잡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 등이 풀리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의 수익에 금이 갈 수 있다. 따라서 이들도 이런 잠재적인 위험에 맞서 각종 비용을 덜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대신에 디지털 금융을 강화했다.
동시에 상반기 은행 산업은 이 같은 변곡점에서 각종 우려와 부작용을 낳았다. 디지털 금융 소외 계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나 랜섬웨어(컴퓨터 사용자 파일을 암호화해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공격 등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간에는 수익처 다변화와 차별화가 아닌 예대마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하반기에는 이런 상황을 과연 반전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한 은행업계
국내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연간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심리 부진,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상황 지속, 비이자 수익 성장 부진, 핀테크 기업과 경쟁, 고비용 구조 등도 국내 은행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터넷은행이 올해 상반기 화려하게 데뷔했다. 29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6월 말 기준 여신은 5700억원, 수신은 62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출범시 올해 목표로 제시했던 여신 4000억원과 수신 5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4월 3일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올해 8월에는 제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지난 5월 전국은행연합회 일원이 됐고 현재는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서비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고객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시스템 등을 구축 중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비자 요구 변화에 따라 모바일을 중심에 둔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장기적으로 기존 은행에 위협적일 수 있는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은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촘촘한 금융 규제가 더 큰 변화를 막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부분이 우선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변화 시작한 시중은행···“부작용 우려도 만만찮아”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도 올 상반기들어 두드러지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중은행들은 24시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KEB하나은행은 365일 24시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채널 ‘모바일브랜치’를 출시했고 NH농협은행은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금융봇을 개발했다. 여기에 일부 시중은행은 2%대 특판 정기 예금을 내놓고 마이너스 대출 일부에 0% 금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 관련 업무 본부·부서를 하나의 실무 조직인 디지털솔루션그룹으로 통합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앞세워 디지털금융그룹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면서 디지털과 금융 접목에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모바일 뱅킹에서부터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에 대비해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이와 함께 부지런히 덩치를 줄였다. 판관비와 같은 비용을 줄여 이익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온라인화하고 있는 금융 시장 환경에 대비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이달말 기준 시중은행 6곳 영업점수(국내외 지점+출장소)는 총 4169곳으로 지난해말 4244곳보다 75곳이 줄었다. 유지 관리비가 드는 시중은행 자동화기기 수도 지난해말 3만2712개에서 3만1632개로 줄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업계의 디지털화에 따른 부작용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이 디지털화하면서 반대로 해킹이나 랜섬웨어 공격 등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의 안정성은 뛰어난 편이지만 반대로 이러한 공격들이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 디지털 소외 계층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패러다임 전환 과도기 상황에서 정부와 은행이 꼭 챙겨야 할 사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