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층이 튼튼한 산업구조 지향해야…“정부·업계·이용자 모두 노력 필요”

강신규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사진=김문경 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문화 측면으로 봤을 때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일명 ‘빅3’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임을 문화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사저널e는 이와 관련 27일 강신규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만나 게임산업에 관해 물었다.  

셧다운제 같은 규제가 생긴 원인이 무엇인가. 

셧다운제와 같은 게임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지 ▲정부부처간 대립 등이다.

정부부처간 대립에 대해 얘기하면, 현재 게임산업의 주관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문제는 문체부가 오롯이 리드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는 게임의 경우 문화부가 주관하는 산업임에도 불구, 청소년이 많은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개입하기 시작했다.

원래 문화부는 청소년 유저가 많은 게임을 선정하고, 그 중 하루 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대상으로 삼아 선택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가부가 강제적 셧다운제와 같이 플레이 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온라인 게임에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화부가 여가부의 주장에 밀려, 게임산업 주관부처로서의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셧다운제와 같은 기이한 법도 부처이기주의 등 부처간 경쟁관계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게임 산업의 위기가 규제에서 왔다는 의견도 있고 대기업의 무리한 덩치 불리기 때문에 왔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위기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나.

게임산업의 위기론이 대두한 것은 최근 일이다. 적어도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과 ‘위기’라는 표현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외적 성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한국 게임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바 있다. 대표 주자였던 온라인 게임시장의 경쟁력도 날로 약화되고 있다. 이는 단일 원인 때문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다양한 원인의 복합작용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설명한 규제와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이라고 본다. 진흥정책의 부재도 문제다. 외적으로는 중국시장의 급성장이 한국 게임산업에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내적으로는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요구되는 자본 규모가 매년 증가한 반면, 개발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새로운 게임의 개발보다는 기존에 개발된 게임들의 운영과 업데이트 등에 역량을 쏟고 있다. 업계의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다시 시장 정체로 이어져, 산업 규모가 증가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게임산업이 약육강식을 통한 독과점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새롭게 구조화됨을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게임시장은 넥슨, 엔씨소프트, 한게임, 넷마블 등의 메이저 기업들이 차별화된 게임장르를 특화시켜 경쟁하는 형태를 띠었으나, 이제 한국 게임산업은 넥슨 1강 체재로 재편된 상태다. 거기에 최근 넷마블게임즈가 바짝 따라붙는 형태다. 특히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91.3%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도 문제다.

게임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너진 게임산업의 경쟁구도를 다시 세우고, 성장의 밑바탕을 다지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다. 소수의 거대 게임사가 전체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역피라미드 구조에서 벗어나 ‘중간이 튼튼한’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업계의 노력도 중요하다. 게임산업의 경쟁구도가 무너진 데에는 거대 게임사의 몸집을 불리기 위한 욕망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업계의 방관, 그리고 자생력 부족도 한 몫을 했다. 더욱이 현재 게임산업의 위기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요인에 의한 것만이 아닌 상황이다. 외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이 PC방 점유율 절반 이상을 기록한지 오래다. 텐센트 같은 중국 업체들도 국내 게임사들에 큰 돈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내외에서 동시에 닥쳐오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업계 차원의 협력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용자 차원에서도 새로운 게임문화 형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국 게임문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 중 하나는, 이용의 취향이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게임이용은 몇 되지 않는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대중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특정 게임의 독점적 노출을 볼 수밖에 없으며, 그 게임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게임들을 골고루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자 차원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콘텐츠 다원화에 대한 요구를 해야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선택도 편중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용자들 간 비주류(이지만 재미나 의미가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거대 유통구조가 아닌 자생적 배급체계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대안문화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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