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 개선돼야…“정책에 게이머 목소리 반영도 필요”


강신규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사진=김문경 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문화 측면으로 봤을 때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일명 ‘빅3’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게임을 문화로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사저널e는 이와 관련 27일 강신규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만나 게임산업에 관해 물었다.  ​

한국에서 게임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게임은 타 미디어와 다르다. 방송이나 만화와 같은 미디어의 경우 완성된 상태로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반면 게임은 직접 플레이를 해야만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게임이라는 용어 하나로 전체 게임을 아우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각 게임마다 내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하나를 플레이했다고 해서 다른 게임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게임을 잠재적 범죄 원인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문제다. 게임에 대한 본질을 소개하기 보다는 게임으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게임을 각종 사회문제나 사건의 원인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게임을 디지털 마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향후에도 한국에서 게임 혐오 정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대로라면 유지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현재 게임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찬양받고 있다. 반면 문화로서의 게임에는 자녀들의 게임 플레이를 통제하고 싶은 부모들의 걱정 어린 시선, 미래 세대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우려가 개입돼 있다. 

 

게임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게임 ‘안’(게임 자체, 게임에 내재한 속성)이 아닌, 게임 ‘바깥’(게임을 둘러싼 담론, 효과 등)에만 주목하고 있다. 게임 바깥 논의는 게임이 유저에게 ‘어떤(what)’ 영향을 주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게임이 도대체 그들에게 ‘어떻게(how)’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근원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게임에 대한 이중적 시선은 그 거리를 좁힐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새 정부에서 게임산업 진흥 의지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게임에만 집중해서는 안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게임을 연결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게임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이에 게임을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구체적 방향과 내용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게임문화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지, 산업을 키운다고 저절로 문화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게임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너무 오래된 일이다. 게임회사뿐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학자들도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자주 얘기해 왔다. 그러나 연구, 정책 개발, 관련 투자, 캠페인 실시 등 실질적으로 그 가치를 채워가는 후속조치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게임 규제는 크게 심의·등급분류, 자연발생적 파생상품화 규제, 이용규제로 구분된다. 여기서 심의·등급분류는 자율규제로 나아가고,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현재 그렇게 변화해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셧다운제와 같은 이용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규제는 사후관리 및 과몰입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와 업계, 그리고 사회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게임을 산업 및 문화 측면에서 모두 고르게 진흥하기 위한 독립된 정부 기구나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방송,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악 등과 함께 게임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과거 게임산업진흥원과 같은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 기관이 생길 경우, 게임산업진흥원보다 정책개발, 연구, 산업지원 등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정책에 있어 게이머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한 게임웹진 게시판에 게이머의 의견을 구한다고 글을 올린 것은 긍정적 시도라고 본다. 이에 1000개에 가까운 게시판 이용자 의견이 달렸고, 조의원이 문체부 장관 청문회에 게이머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정책은 정책 입안자나 만드는 사람 중심이었다. 정책의 가장 실질적인 대상자가 게이머인 만큼, 그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② 강신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인터뷰서 계속)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