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점포 폐쇄, 비상식적…수수방관하다간 국내 금융 안정성 붕괴 될 수도"
한국씨티은행이 7월부터 점포 폐쇄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10월쯤 점포 정리 작업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WM)와 비대면채널을 확대하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에 따른 조처다. 전체 점포 가운데 80%에 이르는 점포를 줄이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이를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의 갈등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타 은행들도 씨티은행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금융 변화기 때문이다. 다만 직원없는 은행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기존 노동력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직원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또 무리한 비대면 거래 확대는 고객 피해를 양산한다. 씨티은행 노사가 대립하는 것도 이 부분에서다.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통폐합 계획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점포폐쇄 중단과 노조 협의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권 일자리 중심 정책에 전면 역행한다고 했다. 고객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 지부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씨티은행 점포폐쇄 중단을 요구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용득, 강훈식, 권미혁, 김영진, 소병훈, 신동근, 유승희, 오영훈, 이인영, 이학영, 정재호, 한정애 등 총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이 주관했다.
이날 이용득 의원은 "시중은행이 점포를 급작스럽게 폐쇄하는 것은 대한민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라며 "국가 근간사업인 금융산업을 뒤흔드는 시도를 금융당국이 그대로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은행법 위반 소지를 포함해 면밀하게 살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씨티은행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씨티은행은 이 같은 전략이 금융의 디지털화 시대에 따른 생존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지점 통폐합이 이뤄지더라도 노조에서 우려하는 직원 대량해고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씨티은행 박진회 씨티은행장을 만났다.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입장에 생긴 자리다. 박 행장이 먼저 연락을 취했다.
이용득 의원을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을 만났다고 들었다.
박 행장이 먼저 오겠다고 해서 만났다. 박 행장은 씨티은행 점포 폐쇄는 씨티은행 경영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수익을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을 한 곳에 모을 필요성을 설명했다. 직원은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씨티은행 결정은 결국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박 행장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직원 근무지를 한 곳으로 모아 비대면 거래를 한다고 수익률이 제고될까. 그 말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수익성이 나지 않고 노조와 금융당국, 국회와 국민이 우려하는 대로 직원이 나가기 시작한다고 다시 지점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대로 가면 근무지를 한 곳으로 모아 전화를 돌리는 일이다.
노조에선 은행 측 결정으로 결국 일자리 질 저하가 일어나고 직원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직원만 아니다. 개인 고객 중 돈 되는 VIP고객, 기업 고객만 상대하는 건 결국 소매금융을 접겠다는 것 아닌가. 직원들도 그런 생각이라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국민도 그렇게 생각한다. 은행 측만 아니라고 한다.
씨티은행 설명은 상식적이지 않다. 고객을 전화로만 상대한다고 고객이 늘지 않는다. 오히려 빠져나간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명확히 보인다. 박 행장은 와서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다. 이동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금융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 내 지역에 은행 버스가 언제 오는지, 어느 시간에 오는지 알고자 하지 않는다. 은행에 바로 가야 한다. 그런 고객을 상대로 기다리게 해서 은행 업무를 본다? 어느 고객이 기다리겠는가.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그 직원을 모두 비대면 거래 확대란 이유로 나가게 만들고 금융 서비스 차원에서 소매금융도 접겠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의 나쁜 선례만 남기게 됐다. 한국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 자본이 국내에 돈을 벌려고 들어왔다면 긍정적 차원은 무엇이고 부정적 차원은 무엇인지 봐야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국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린다. 한국 금융 시장만 예외로 볼 수 없다. 지금은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으니까 씨티은행이 논란이 되는 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외국 자본이나 외국 금융 조직에 너무 무능하고 약하다. 옛날부터 그랬다.
은행법 제34조에 나와 있다. 은행은 경영 건전성 확보에 필요한 사항이다. 금융위원회가 경영지도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손을 놓고 있다. 만약 금융당국이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면 금융시장을 지킬 수 있는 법을 어디서라도 찾아야 한다. 방법을 강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아니다. 건전 금융질서 차원에서 지도가 필요한 일이다. 한국에 들어온 이상 외국계 기업이 금융당국 눈치를 안 살피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 씨티은행은 금융당국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금융당국은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산업 보호는 문제가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국내 금융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금융당국이 이 시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 론스타가 소위 먹튀한 돈이 얼마인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선례가 계속 되면 외국 금융 자본은 한국 금융 시장에서 돈 벌기 쉽다며 자산을 쉽게 처분하고 수익을 챙겨 나간다. 선진금융 기법을 남기는 공공성은 안중에 없다.
씨티은행 노조는 500명~600명 도급직 직원 대량 해고가 사실상 결정됐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문재인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규직이 도급직 노동자가 하는 일을 하게 되면 도급직은 이제 근무지가 없어진다. 당연히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씨티은행에선 안 자른다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이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숫자도 급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원이 그 일(콜센터 업무)을 할 수 없다. 실적이 안 오르면 은행에선 자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점포가 축소된 만큼 인력도 감축될 것이다. 자명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지금 이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씨티은행 문제에 대해 당·정·청 협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잘못하면 국내 금융 안정성이 둑 무너지듯 된다. 어느 은행장이 이를 본받아서 할 수 있다. 그때 가서 금융당국이 조치를 할 것인가. 지금 외국 금융자본에 대해서만 못할 이유가 없다. 같은 논리다. 씨티은행에 건전 경영을 하라고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일자리 몇 개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