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인수 후에도 독립 운영 기조 유지…“최대 성과 유지 위한 방편”

지난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은 모습.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탈 없이 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조직은 계속해서 별도로 운영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에 의문을 갖지만 업계에선 이것이 두 회사가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형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10개 반독점 심사 대상국의 승인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삼성이 보유한 기술들을 하만 전장 제품에 접목하고 구매, 물류,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만과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합병은 완료했지만 두 회사는 사실 운영상 따로 돌아가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은 디네쉬 사장을 비롯한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직원과 본사, 해외사업장은 물론 하만이 보유한 브랜드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인수한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 랩스 역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파견하는 인력도 최소한으로 하고 해당 직원들이 기업환경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끔 해준다는 방침이다. 사실 지분만 보유했지 경영간섭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은 인수합병 후 행보와 차이가 있다. 보통 회사를 인수하면 피인수 회사 직원들은 인수회사의 기업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활발한 인사 교류로 동질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수합병 때마다 이뤄지는 일반적 과정인데 삼성은 하만, 비브랩스 등을 인수하며 해당 방식을 완전히 버렸다. 미래전략실에서 각 계열사를 관리하며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려하는 과거 ‘관리의 삼성’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해당 기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국내 전자업계 임원급 인사는 “하만이나 비브 랩스를 인수하고 삼성 식으로 관리하려들려 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해당 직원들이 그런 느낌이라도 받게 되면 직원들의 사기와 성과는 급추락할 것”이라며 “삼성도 이를 알기에 철저히 독립운영하려 하는 것이고 가만히 냅두는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문화를 해치는 순간 그 간 내왔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조직 전문가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잘 되고 있는 피인수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해외에선 사례가 많고 또 삼성의 경우도 긍정적으로 지켜볼만한 사안”이라며 “삼성전자 역할은 글로벌 전략 등 큰 틀에서만 하만에 목소리를 내는 정도에 국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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