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 반영…미 금리인상·기업 1분기 실적 주목
뒷걸음 치던 코스피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상승 전환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것이 투심 회복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탁핵이 국내 증시에 단기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전대통령 탄핵 사례에선 브라질 증시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탄핵 영향보다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유럽연합 결속력 약화 등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 탄핵 선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국내 증시
코스피가 탄핵 선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코스피는 10일 오전 11시 38분 기준 전날보다 4.58포인트(0.22%) 오른 2096.86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지수는 전날보다 2.39포인트(0.11%) 내린 2088.67로 개장한 뒤 2080선 중반까지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물량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탄핵 심판 선고가 시작된 오전 11시쯤부터 상승 반전하기 시작했다. 파면 선고가 내려진 오전 11시 21분쯤에는 2100선을 돌파하면서 시장이 크게 반응했다. 이내 지수는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매도로 시작했던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도 대통령 탄핵 선고 영향을 받고있다. 이날 지수는 0.88포인트(0.15%) 오른 607.01로 개장한 뒤 하락세를 보였다. 선고가 시작되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세월호는 대통령 책임 판단 힘들다”며 “성실책임 추상적, 무능력은 소추 사유 안된다”고 하자 코스닥이 596.85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탄핵 인용이 결정되자 지수는 반등했고 이날 오후 12시 기준 606.86을 나타내고 있다.
◇ 탄핵, 증시에 단기적으론 긍정적···장기적으론 대외 변수 영향 커
박 대통령이 탄핵된 가운데 향후 증시에 대한 향방이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이 단기적으로는 호재라 내다보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헌재 대통령 탄핵 선고와 주식시장 영향’보고서에서 “탄핵안 인용시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 연유한 시장 안도심리 재고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탄핵 결과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대통령은 브라질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브라질 하원과 상원에서 탄핵됐다.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시장 여론이 형성되자 브라질 상파울루 보베스파 지수는 하원 탄핵 결정 당시인 지난해 4월 17일 52907.88을 기록한 이후 5월 28일 종가 기준 57901.11로 9% 상승했다. 상원 탄핵 이후에도 브라질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탄핵 영향보다는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어 주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직 글로벌 경제 성장이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며 금융 시장 과열을 경고한 상황이다. 유럽에선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유럽연합 결속력 약화에 대한 시장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선 1월 무역적자가 5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내 향후 보호무역 명분이 강화된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정치적인 요소는 장기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과거 경험이 많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 미국과 유럽 불확실성, 중국 사드 보복 문제 등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