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 방침…영장청구 4인중 김종덕 등 3인 구속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덕(왼쪽부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들 중 김 전 수석을 제외한 3인이 결국 구속됐다. / 사진=뉴스1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블랙리스트 피의자 4인에 대한 구속영장중 3인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구하면서 관련 수사가 9부 능선을 넘었다.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영장만 기각된 게 되레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곧 조 장관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2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진행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결국 구속됐다. 다만 차은택 전 창조경제단장의 외삼촌이기도 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김종덕 전 장관은 유진룡 전 장관의 후임으로 지난 2014년 8월 임명돼 지난해 9월까지 재직하며 블랙리스트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갑작스레 해임 통보를 받고 이임식도 없이 문체부를 떠났다.

정관주 전 차관과 신동철 전 비서관도 김 전 장관 재직 시기와 비슷한 무렵 청와대에 근무했다. 특검은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앞서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문화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관련해 특검은 정부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한국출판문화사업진흥원 등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비민주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또 이 특검보는 피의자 4인에 대한 영장에 언론‧출판과 학문‧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1조, 22조 위반 혐의까지 기재했다고도 밝혔다.

4인중 핵심당사자 3인이 구속됨에 따라 특검의 칼날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성역’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이 특검보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 “못 부르는 게 아니라 안 부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비춰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특히 법원이 김상률 전 수석 영장을 유일하게 기각한 대목은 조윤선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문수석 영장은 기각되고 그보다 아래 직급인 정무수석실의 비서관들 영장은 발부되면서 정무수석실의 주도적인 역할 정황이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예술행동위원회 예술인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의혹 가담자들의 사퇴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조윤선 장관의 저서인 '문화가 답이다'를 빗댄 '구속이 답이다'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 사진=뉴스1

구속된 정 전 차관과 신 전 비서관이 모시던 정무수석이 조윤선 장관이다. 이 때문에 특검이 조 장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리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교문수석실에서 근무하던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담당비서관(現 숙명여대 교수)등은 문화계의 주요 고발대상이었음에도 피의자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법원 역시 김상률 전 수석에 대해 “역할과 실질적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가 세월호 참사 직후 본격화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잇따르는 점도 이 같은 움직임을 지탱하는 근거다. 각각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문화계 인사는 앞서 기자에게 “2014년 5월부터 예술가들 솎아내기가 본격화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11일 ‘경향신문’ 등 복수 매체는 블랙리스트가 조 장관의 정무수석 재임시절 정무수석실이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것으로 특검이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검의 연이은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이른바 차은택 사단이 초토화되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단장은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2일 구속된 김종덕 전 장관이 바로 홍익대 영상대학원장 출신이다. 차 단장은 김 장관이 임명된 직후인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됐다.

영장이 기각된 김상률 전 수석은 차 전 단장의 외삼촌이다. 역시 차 전 단장 추천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오른 송성각 씨 역시 구속기소 돼 갇혀있다. 앞서 10일 검찰은 차 전 단장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 송 씨가 검찰에 “취임 전부터 차 전 단장으로부터 콘텐츠진흥원에도 좌편향 세력이 많이 있을 테니 이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공개했다. 차 전 단장도 또 다른 형태의 블랙리스트 집행 의혹에 휩싸인 셈이다.

한편 블랙리스트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자 현장의 문화계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2일 오전 예술행동위원회 예술인들은 세종시 문체부 청사 앞에서 1박2일 집회를 마무리하며 블랙리스트 의혹 가담자들의 사퇴와 처벌을 주장했다. 특검은 곧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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