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송광용 전 교문수석 소환으로 관련자 대부분 조사마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의혹에 직간접 개입한 핵심당사자들이 대부분 특검에 소환됐다. 블랙리스트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2014년 6월에서 9월 사이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송광용 전 수석도 2일 특검에 출석했다. 사실상 핵심 당사자 중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도만 남은 모습이다.
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송광용(64)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10시에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송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 취재진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송 전 수석을 조사 중인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청와대 내에서 이와 관련한 지시나 논의가 있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서울교대 총장 출신인 송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12일 신임 교문수석에 임명됐다. 당시 그와 함께 임명된 인물 모두 이번 정국에서 핵심 당사자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정무수석과 경제수석에 각각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또 민정수석에는 최근 비망록 형태의 업무수첩으로 잘 알려진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 임명됐다.
다만 송 전 수석은 직무를 길게 수행하지 못했다. 임명 직전 대학 내 무허가 교육과정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같은 해 9월에 사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단체들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핵심인사 9명을 고발하며 송 전 수석을 포함시켰다. 그가 재직한 6월에서 9월 중 광주비엔날레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행사서 주요 예술가들의 작품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이 모두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이미 공개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2014년 8월8일 메모에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옆에는 김기춘 전 실장을 뜻하는 표시가 함께 적혀 있다. 당시 청와대는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지 못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 미묘한 시점에 교문수석에 재직한 송 전 수석을 사건의 고리를 풀 수 있는 참고인으로 본 셈이다.
지난달 13일 기자와 만난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세월호 참사 이후 문화예술계는 세월호와 관련된 연극이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위한 예술인 선언 등 예술행동을 계속 했었다. 그 과정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중심으로 공안정치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으로 본다”며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든 영화 ‘다이빙벨’ 사건도 컸다. 서병수 시장은 (청와대를 대신해) 총대를 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 전 수석까지 특검에 소환되면서 문화단체에 의해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고발된 9인의 인사 중 이제 남은 인물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 서병수 시장만 남았다.
앞서 지난달 12일 문화연대 등 12개 단체는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송광용 전 수석, 서병수 시장, 모철민 전 교문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소영 전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담당비서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용호성 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을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제324조 강요 및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이미 특검은 이들 뿐 아니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 김낙중 LA한국문화원장, 김상률 전 교문수석 등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박명진 위원장이 있는 문화예술위원회는 설립 후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특검은 관련자 진술과 물증들을 통해 최초 작성자 등 실체적 진실을 찾아나가는 데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국정조사특위에 조윤선 장관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먼저 요청한만큼 곧 조 장관에 대한 소환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궁극적인 칼날은 김기춘 전 실장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최근 CBS에 나와 “블랙리스트 배후는 김기춘 전 실장”이라고 폭로했다. 고발을 주도한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도 기자에게 “(블랙리스트 작업이) 문체부 수준을 넘어 청와대 차원에서 검토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