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내수 점유율 9.9%…마케팅 확대 “0.1% 채우기”

“오늘 행사는 제가 GM 외국 임원들을 모시고 진행합니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 GM 모빌리티 포럼(GM Mobility Forum)을 직접 진행했다. 로웰 패독 GM 해외사업부문 제품기획 부사장을 무대로 불러 자동차 업계 변화 상황을 묻는가 하면 청중 질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제품 홍보 영상에선 직접 운전석에 올라 주행 소감을 밝혔다.

제임스 김 사장의 이 같은 이례적 행보는 굵직한 신차 출시 행사 때마다 이어져 왔다. 그는 ‘내수 점유율 10% 달성’이란 목표 아래 직접 움직였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는 자기소개에 걸맞게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어갔다. 올해 한국GM 내수 점유율 상승을 이끈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새롭게 선보일 당시도 김 사장은 무대에 직접 올랐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지난 10월 26일 열린 GM 모빌리티 포럼(GM Mobility Forum)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로웰 패독 GM 해외사업부문 제품기획 부사장. / 사진 = 한국GM


“해당 차급에서 지각변동을 이끌 것”이라며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임스 김 사장식 세일즈’는 이제 한국GM의 제품 판매 공식이 됐다. 김 사장은 경차에 냉장고를 얹었고, 말리부 판매 가격을 미국보다 300만원 저렴하게 내놨다. 임팔라와 같이 말리부 가격을 슬쩍 올리긴 했지만, 한국GM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꿈에 그리던 ‘내수 점유율 10% 달성’을 목전에 뒀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한국GM의 국내 판매 대수는 15만15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가량 늘었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1만7236대로 수출을 포함한 전체 물량 중 내수 판매 비중이 32.5%를 기록했다. 11월 실적으로는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다. 덕분에 한국GM 내수 점유율은 9.9% 수준이다.

◇ “스파크가 끌고, 말리부가 밀고”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에 따른 자동차 시장의 수요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 경차 스파크, 중형차 말리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등은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스파크 상반기 한국GM 내수 시장 판매를 견인했다. 4만대가 넘게 팔리며 한국GM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을 혼자 책임졌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스파크는 7만858대가 팔리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경차 부문 1위에 올랐던 기아차 모닝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출시된 말리부는 곧장 하반기 내수 점유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11월 판매량만 414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8대보다 400%가량 늘었다. 올해 내수 시장 누적 판매도 3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0월 부분변경해 출시한 트랙스는 소형 SUV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트랙스는 지난달 2505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5% 판매량이 증가했다. 르노삼성 QM3(1934대), 기아차 니로(1616대)를 멀찌감치 제친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성능 개선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격은 최대 125만원까지 낮춰 출시한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 경차 스파크와 소형 SUV 트랙스. / 사진 = 시사저널e

여세를 몰아 한국GM은 내년 초 완전변경된 준중형 세단 신형 크루즈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형 크루즈는 2008년 GM대우 시절 라세티 프리미어 이후 9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이다. 신형 크루즈가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3가 양분하는 국내 준중형차 시장 판도가 달라질 거란 관측이다.

내년엔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EV도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최근 환경부로부터 1회 충전 주행거리 383.17㎞를 인증받았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내년 상반기 볼트EV가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시점이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0.1%포인트 상승 위해 남김없이”

현재 9.9%인 내수 점유율을 10%로 올리기까지 남은 0.1%포인트를 위해 한국GM은 올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 초 제임스 김 사장이 한국GM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목표가 내수 점유율 10% 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한국GM은 최대 325만원의 현금할인을 시작했다. 목표 달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12월 한 달간 역대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이 올해 마지막인 12월 판매량 확대를 위해 쉐보레 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쉐보레 홈페이지
한국GM은 이달 최대 325만원의 현금 할인 및 쉐보레 콤보 할부 프로그램 등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스파크 구매 시 100만원의 현금 할인과 최대 4.9% 60개월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금 할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최신형 딤채 김치냉장고를 선택할 수 있다. 더불어 2016년형 아베오, 크루즈, 트랙스 등 3개 차종 구매 시 취득세 7%와 자동차세 1년 치를 할인해 준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 매몰 정책이 수익성 저하를 이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력 모델 대부분이 수익성이 좋지 못한 경량급 모델인데다 그나마도 마케팅에 다시 쏟아 붓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한국GM은 지난해 내수판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1조원에 육박한 당기순손실로 인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수출 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1월 한국GM 수출 물량은 3만5806대로 지난해 11월(3만9606대)보다 10%가량 감소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출 물량도 38만대 수준에 그쳐 10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유럽 시장 철수 여파로 연간 13만대가량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는 게 한국GM 설명이다.

이에 올해 들어 내수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곧장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실적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선다고 해도 손실 폭을 조금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며 “마케팅 강화로 유럽 시장 철수 여파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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