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0명에 1000만~1억원 배상 판결…국가상대 소송은 기각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피해자들이 살균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이은희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이 살균제 제조업체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의 사망과 상해에 대해 세퓨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들에게 1000만원에서 1억원의 배상을 해야 한다”고 1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승소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세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을 의미있게 본다”며 “민사상 책임에 대해 법원이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선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국가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며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증거조사가 더 이루어진다면 그에 따른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국가에 대한 판결 기각에 대해 피해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10개월 된 딸 아이를 잃은 피해자 김대원 씨는 “국가를 상대로 한 판결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며 “특위에서 밝혀진 내용도 있어서 승소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지만 증거 부족으로 기각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피해자 중 유일하게 재판에 참석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들은 재판 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며 “특위연장, 특별법 제정 등으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들이 살균제의 유해성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조하거나 판매해 생명·건강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업체와 국가에 대해 2014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중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용마산업, 롯데쇼핑은 피해자들과 조정이 이루어져 소송에서 빠지고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만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