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수주 논란 송성각 원장 사표수리…역대 원장 모두 임기 못 채우고 퇴진

지난달 31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역대 원장 전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 사진=뉴스1

 

 

지난달 31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역대 원장 전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송 전 원장이 휘말린 ‘셀프수주’ 의혹이 치명타가 됐다는 평가다. 학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불투명한 임명절차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진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5월 기존 문화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게임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센터, 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 등 5개 콘텐츠 관련 기관이 통합돼 전격 출범했다. 본부만 6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통합 명분은 콘텐츠 진흥 기능 일원화였다.

초대 원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17대 의원을 지낸 이재웅 씨다.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낸 이 전 원장은 국회에서 문화관광위원과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었다. 초대 원장 임명 당시 그는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본부장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원장 임명 직전 해에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탓에 ‘보은인사’라는 비판도 나왔었다.

결국 이 전 원장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1월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 2월에 그는 부산 동래구 지역구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

2대 원장으로 임명된 홍상표 씨는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이다.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참모 출신을 내정한 인사라 역시 뒷말이 많았다. 이에 당시 콘진원 노동조합이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는 일까지 있었다.

특히 홍 전 원장은 YTN 보도국장 시절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삭제해 청와대 외압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노종면을 포함한 6명의 ‘YTN 해직 기자’를 해직시키는 데 앞장선 자”라며 콘진원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논란 끝에 자리에 앉은 홍 전 원장도 3년의 임기를 채우지는 못했다. 그는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둔 2014년 11월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자진사퇴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자리 비워주기’라는 해석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 시기는 2014년 8월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2일 콘진원 안팎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그때는 (전임 홍상표 원장에게) 조기 퇴진을 권하는 배경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원장이 된 송성각 씨가 언론사 인물정보에도 안 나오던 사람이라 깜짝 놀랐다”며 퇴진 압박설을 제기했다.

그해 12월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가 신임 원장으로 임명됐다.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많아지만 국회나 청와대 출신이 아닌 현업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표하는 시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송 전 원장은 콘진원 안팎에서 “역대 최악의 원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른바 ‘셀프수주’ 의혹은 치명적이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머큐리포스트라는 업체가 지난해 2월 ‘2015년 밀라노엑스포’ 사업에서 5억원 상당의 영상제작 용역을 수주했다고 공개했다. 송 전 원장은 2008년부터 콘진원장 취임 전까지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지냈다.

역시 더민주 소속인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머큐리포스트가 속한 컨소시엄이 콘텐츠진흥원의 10억2100만원 상당 공연용 LED 조명 기술 개발 사업을 따냈다. 지난달 9일 ‘한겨레’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콘진원은 ‘2015년 선정 문화기술 연구개발 지원사업 지정과제 1차연도 지원금’으로 광고영상 제작업체 머큐리포스트에 사전 제작지원비로 2억5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학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역대 원장들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의 근본 원인이 불투명한 임명 절차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송 전 원장 역시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1차 서류심사에서는 13명의 후보자 중 2위, 2차 면접심사에서는 8명의 후보자 중 3위에 그쳤다. 하지만 1, 2위 후보자를 모두 제치고 최종낙점됐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원장 임명 구조 자체가 문제다. (공모절차를 형식상 거치긴 하지만) 실상은 ‘내정’에 가까운 인사”라며 “결과적으로 정치적 행보의 연장선이 되고 있는 거다. 시스템이 안 바뀌면 누가 와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1일 송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와는 별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사업과 관련,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일 오전 송 전 원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