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전문화, 노선 개편 필요 목소리
해운업계가 불황과 재무건정성 악화로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해운업체들은 자산 매각, 영구채권 발행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어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달갑지 않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전문화, 노선 개편 등 시장 경쟁력 제고가 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주장하고 있다.
해운업계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가 심각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2535억원을 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369억원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상환해야하는 연간 이자비용만 3349억원에 이른다.
재무 건정성이 회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말 부채는 6조640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00%대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해 말 부채가 4조8000억원에 부채비율은 1565.19%에 달했다. 두 선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실행 중에 있지만 쉽사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를 낼 계획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DC에 머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 말했다.
해운업계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을 받기 위해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이 운영하는 화물선 125척 중 84척은 그리스, 영국 선주들로부터 용선료를 내고 빌린 배다.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인 현대상선은 협상에 성공해 용선료를 낮춰야 채권단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진해운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은 정부가 조성하는 선박 펀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산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총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선박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원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 기준을 400% 이하로 정했다. 이에 한진해운은 영국 현지 부동산 투자회사에 런던 사옥을 666억9000만원에 처분하고 대한항공에 22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는 해운업계에 최근 들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대외적으로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연료비가 크게 줄었다. 해운업은 전체 운영비용 중 연료비가 30%를 차지한다. 그만큼 유가 변동과 실적 연관성이 크다. 최근 원유 공급 과잉과 더불어 수요 감소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선사들은 실적 회복 계기는 마련된 상태다.
대내적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BDI는 지난 2월 사상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진 뒤 지속 상승하며 5개월 만인 지난 15일 635선을 돌파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철광석과 석탄·곡물 등 물동량이 늘어난 까닭이다.
다만 컨테이너선 업황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은 고민거리다. 증권업계 해운 연구원은 이에 대해 “글로벌 해운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에 대한 서비스 철수나 선복량 감축, 신규협의체 형성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역시 포트폴리오 전문화, 노선 개편 등으로 시장 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