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 신사업 진출에 유리
OTT(Over The Top)가 콘텐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방송업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에 유연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 콘텐츠의 해외 수출에도 좋은 도구가 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OTT는 기존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총괄적으로 일커는 말이다.
OTT의 장점은 다양하다. 특히 기존 방송법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업 전략을 짜는 데 훨씬 유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점은 전통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라이선스 비즈니스 사업자가 아니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OTT”라며 “라이선스는 업무영역을 정확하게 규정하기 때문에 유연함이 떨어지지만 OTT업체들은 여기서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단적인 성공모델이 유튜브(YOUTUBE)다. 조 선임연구원은 “사람들이 3개월 동안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의 양은 전통 미디어 사업자가 지난 60년 동안 공개했던 콘텐츠의 양과 같다”며 “유튜브가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하려는 업계 입장에서도 OTT 성장은 긍정적이다.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훌루, 드라마피버, 비키 등 OTT 업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구매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방송과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포털업체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동영상 플랫폼 라인TV를 태국에 수출했다. 태국 라인TV를 통해 태국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독자적 콘텐츠 공급을 위해 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과도 협력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동남아의 경우 TV 콘텐츠보다 모바일 콘텐츠 발달 수준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의 한 박사는 “인도네시아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며 “그에 비해 콘텐츠 시장은 아직 열악하기 때문에 향후 이 부분 공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OTT는 드라마와 예능에 치우친 수출 콘텐츠를 다변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KBS는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에 다큐멘터리관을 만들었다. 현재 21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KBS 관계자는 “드라마에 비해 클릭 수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해외에서 회사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알리바바 TV와 르티비(Letv)는 아예 북미시장을 노린다. 두 업체는 올해 7월에 캐나다와 미국을 타깃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넷플릭스의 본고장에서 넷플릭스를 본뜬 모델을 만드는 셈이다.
한류 효과를 보려는 국내 업계 입장에서도 새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OTT가 생기면서 플랫폼 수출 가능성이 많이 열렸다”며 “사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플랫폼 자체가 가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OTT를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학계 평가도 다르지 않다. 콘텐츠진흥원의 한 박사는 “유튜브를 통해 싸이가 세계적으로 조명되면서 한류가 재점화 됐다”며 “한류 이전에도 일류와 중류가 있었지만 결정적 차이는 매체환경”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한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받언 OTT가 아예 기존 방송업계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글로벌 OTT업체들이 속속들이 제작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등을 통해 제작 현장에도 완전히 안착했다. 아마존이 만든 아마존 프라임도 세계적 감독 우디 앨런 등을 영입해 이 시장에 가세했다.
국내 콘텐츠업계 입장에서는 비키의 움직임이 위협으로 다가온다. 현재 월 4000만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비키(Viki)는 최근 한‧미‧중 공동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드라마 소재가 한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테미 남 비키 대표는 시사회 현장에서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 인기가 수직 상승하면서 K-팝과 함께 한류 열풍을 주도했기 때문에 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키는 후속 드라마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워킹 데드’ 제작사 스카이바운드와 손잡고 한국에서 드라마 ‘5년’을 제작할 예정이다.
단점도 있다. 콘텐츠업체보다 OTT업체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OTT회사들은 ‘연간 500시간’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 수입계약을 맺는다”며 “그렇다보니 콘텐츠 가치가 구별이 안돼 방송사 입장에서는 딜레마”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커지면서 이동통신 사업자 입김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해외 진출 이전에 국내 시장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포털사이트가 내놓은 모바일 TV 콘텐츠의 경우 1분 내외 프로그램을 한 편 만드는 데 1000만원이 든다”며 “그런데 페이지뷰는 100만뷰였다”고 전했다.
그는 “뷰당 10원이 돌아가는데, 플랫폼과 나누다 보면 결국 콘텐츠사업자는 5원 정도 가져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자”라며 “아직까지는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방송사 내부에서도 부서에 따라 OTT에 대한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지난해 한 미국 다큐전문 위성 채널과 동남아에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려는 협상이 있었다”며 “하지만 동남아에 플랫폼이 직접 진출해버리면 방송 콘텐츠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쪽 부서에서는 반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