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 수출 성공모델 정착…공급자간 출혈경쟁 등 시장 환경은 녹록치 않아

중국 절강위성TV에서방영된 런닝맨 차이나 / 사진=SBS제공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 많이 수출되면서 방송사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수출 전략을 가다듬은 SBSCJ E&M을 모범생으로 꼽는다. 다만 미디어 환경과 시장 여건이 바뀌면서 방송사들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상파에서는 일찍부터 포맷을 수출무기로 활용한 SBS 움직임이 도드라진. SBS는 20138월 지상파 최초로 포맷 전담부서 크리에이티브 오아시스 랩(Creative Oasis Lab)’을 신설했다. 포맷 기획·개발·패키징·유통에 걸친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다.

 

런닝맨은 대표적인 포맷수출 성공모델이다. 국내서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 12일이 중국서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실적을 거뒀다. 

 

런닝맨과 1박2일은 수출 계약 방식이 다르다. 런닝맨은 방송사와 포맷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12일은 배급사와 맺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포맷을 수출할 때 방송사와 배급사 차이는 크다특히 메이저 방송사와 제작하면 제작비 규모가 커져서 포맷수출한 입장에서도 받을 게 많아진다고 전했다.

 

컨설팅 방식도 상이하다. 포맷계약서는 플라잉 PD 컨설팅료, 간접광고(PPL), 광고수익배분 등 항목으로 이뤄진다. 특히 중국 방송사는 포맷 수출 계약을 맺으며 국내 방송사에 PD 컨설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서 제작했던 PD를 중국 현지제작에 투입해달라는 얘기다.

 

SBSKBS, MBC 모두 자사 PD를 중국에 파견했다. 다만 방식은 미묘하게 달랐다. SBS는 당시 국내서 런닝맨을 제작하던 메인 PD를 연출자로 파견했다. 파격적 결정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중국판 런닝맨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 방식은 양날의 검이다. 인력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조효진 런닝맨 PD는 이후 중국에 스카우트 되면서 SBS를 떠났다. 모 국내 PD의 중국 진출 과정에서 계약서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는 계약 비밀이기 때문에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간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한 지상파 예능국 내부에서는 현재 제작 중인 메인PD 파견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MBC 역시 포맷 수출 준비가 상대적으로 늦었다. 12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아빠 어디가역시 정교한 포맷 수출전략을 가다듬기 전에 성공한 경우다. 오경민유홍식은 2015년 논문을 통해 아빠 어디가는 포맷 바이블이 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했기 때문에 MBC에서 프로그램 담당 연출자를 플라잉PD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현지 컨설팅했다고 밝혔다

 

CJ E&M2011콘텐츠 이노베이션팀이라는 포맷전담팀을 만들었다. 국내 방송사 중 가장 빨랐다. 현재 명칭은 글로벌 콘텐츠 기획개발팀이다. 글로벌 포맷 시장에 대한 조사, 포맷 바이블 제작, 현지화 프로그램 제작, 해외바이어들을 위한 트레일러(포맷 판매를 위한 예고편) 제작 등 포맷 패키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는 PD들이 제작한 트레일러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CJ E&M은 글로벌 견본시장도 적극 활용한다. ‘꽃보다 할배의 경우 이미 2013년 가을부터 글로벌 견본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마켓에 가면 CJ E&M에서 스피치를 아주 잘한다마케터로서의 감각이 탁월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네트워킹도 CJ E&M이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CJ E&M 포맷팀은 유럽에만 1년에 20~30번 출장간다글로벌 네트워킹 능력이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지상파 채널 NBC에서 방영되는 꽃보다할배’ 포맷도 네트워크 힘이 작용한 성과다. 꽃보다할배​ 포맷은 영국의 스몰미디어라는 배급사가 수입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다시 미국 지상파 NBC에 이를 판매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직접 진출이 어려우니 다른 방식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시장 핵심부로 파고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 앞에 놓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방송사 간 경쟁 탓에 수출단가가 하락했다CJ E&MJTBC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급자가 늘었다.

 

2013년까지 국내 지상파 미니시리즈 수출단가는 한 회당 10~12만달러였다. 그러다 방송사 경쟁이 본격화 된 2014년에 이르러 6~7만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1~2만달러를 받고 판매한 작품도 있었다. 최근 많은 방송사들이 완성 콘텐츠보다 포맷 판매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

 

판매 양상도 달라졌다.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캐스팅만으로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한류스타가 나온다고 하면 25만달러를 받기도 했다지금은 바이어들도 국내 방영 후 확인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단가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열풍을 불러일으킨 ​태양의 후예​ 역시 화제성에 비해 수출 단가는 높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디어 환경 변화도 방송사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다. 해외에서도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온라인 전송권으로 넘어가고 있다. ‘태양의 후예역시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에서 방영되고 있다. 방송의 힘이 약화되는 셈이다.

 

제작사 입김 강화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콘텐츠와 저작권을 모두 보유했다. 최근엔 제작사 지분이 커졌다. 태양의 후예​ 역시 방송사인 KBS보다 제작사인 NEW의 지분이 더 많다.​ 제작사가 유통망을 갖춘 경우도 있다. 중국 자본이 투자되면서 제작사 자금줄이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배용준 기획사로 유명한 키이스트도 일본에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방송사도 대응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KBS는 중국 수출을 위해 사전제작한 드라마 화랑을 기획, 펀딩, 캐스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체제작했다. 이렇게 되면 KBS가 작품에 관한 권리를 100%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던 콘텐츠사업부 역할도 넓어지는 모양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사업부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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