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장기화 전망···해양플랜트 시장 성장 예상돼
삼성重, 전세계 FLNG 5척 중 4척 건조
하반기 계약 예상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 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를 대체할 천연가스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해양플랜트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해양플랜트 주요 설비인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발주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분야 전통 강자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 해안에서 500㎞ 떨어진 해상유전 개발 사업을 재추진한다. 에퀴노르는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프로젝트를 3년간 연기하기로 했지만,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해양플랜트 핵심 설비인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설계·건조 사업자 선정 절차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시장 전망도 나온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경우 LNG 채굴을 위한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2010년대 초반 당시 유가 상승에 따라 다수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상황과 비슷하다. 해양플랜트는 1기 수주금액만 2~3조원에 달해 국내 조선사들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도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 탄소중립 부담으로 대규모 정유시설 투자가 쉽지 않은 점도 그간 ‘수주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부유식 천연가스 액화·저장·하역설비(FLNG) 분야에 강점을 지닌 삼성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연간 2기의 FLNG를 수주하겠다는 삼성중공업의 포부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잠잠했던 해양플랜트 수주 물꼬도 트였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의 연간 200만톤(t) 규모의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FLNG 수주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금액만 15억1000만달러(약 2조300억원)에 달한다.
추가 수주에 대한 전망도 밝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가능성이 높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후보군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올해 수주가 유력한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ENI사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랄 2차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FLNG 수주에 성공하면 지난 2011년 첫 FLNG 수주 이후 12년 만에 연간 2기를 계약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이외에도 미국 델핀(Delfin), 캐나다 시더(Cedar), 크시 리심스(Ksi Lisims) 등 다수 프로젝트에서 FLNG 수주를 노려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델핀, 시더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FLNG 기본설계(FEED)를 완료한 상태여서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연내 모잠비크 코랄2 FLNG를 수주할 예정”이라며 “매년 2기의 FLNG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공사가 가능한 상황으로 북미에서 8~9개의 FLNG가 기본설계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만큼 4~5년의 수주 후보군(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FLNG는 상선과 달리 후판 등 철강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삼성중공업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FLNG 건조 과정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영향은 미비하다”며 “1기당 가격도 2조원에서 4조원으로 LNG 운반선 6~12척에 달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