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파악 능력 등 갖춰 생명력 연장···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진중한 성격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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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차관 인사에서 살아남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의 관운과 생명력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차관 강점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등 4가지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관 등 2명 장관급 인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13명 차관급 인사 총 15명 장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복지부는 이번 차관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차관 2명 유임은 지난달 초순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전격 직위해제된 이후부터 관측돼왔다. 임 실장 직위해제 여파가 있었던 만큼 현 차관 체제를 유지하고 신임한다는 의사를 대통령실이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목 받은 인물은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이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복지부 제2차관으로 임명된 이 차관은 같은 해 10월 제1차관으로 옮기는 등 총 1년 1개월 동안 정무직으로 활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물러났어도 큰 하자가 없는 재임기간이다. 하지만 이 차관은 유임됐고 일각에서는 조규홍 장관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관가 관계자는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 등 부처 업무를 장악하며 현안에 대응하는 이 차관에게 일할 기회를 더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965년생 이 차관은 충청남도 공주가 고향이다. 철도고등학교와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행정고시 37회에 합격, 복지부에 입성했다. 보육정책과장과 인사과장, 나눔정책추진단장, 대통령실장 비서관, 미국 랜드연구소 파견, 보육정책관, 대변인, 보건의료정책관, 건강보험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 차관과 오랜 기간 근무했던 복지부 공무원을 취재해보면 그의 강점은 4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핵심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정부중앙부처별 일부 차이는 있지만 사무관이 기안하고 중간 관리자인 과장이 점검하며 실국장이 체크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고위직 입장에서 대부분 업무는 사무관과 과장 시절 진행했지만 과거와 이슈도 다르고 정책방향도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차관은 실무자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 핵심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보완이나 수정 부분을 지적한다는 전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무자별로 보고 시간이 길지 않은데 이 차관은 짧은 시간 핵심을 파악하고 이해하니 보고자 입장에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에 대한 강력한 열망도 이 차관의 주요 강점이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지식에 대한 그의 열망은 독서로도 표출되지만 업무에서는 메모로 정형화된다. 이 차관은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정책 아이디어는 물론 크고 작은 사항을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단순하게 메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다시 챙겨보며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메모광인 그의 습관은 자연스럽게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연결된다”며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메모하는 그가 논리적으로 보고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 수긍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 사진-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 사진-연합뉴스

엄격한 자기관리 역시 이 차관 강점으로 꼽힌다. 업무상 필요한 술자리에서도 폭탄주 권유를 사양하지 않는 그지만 일정 기준을 넘는 과음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하 직원이나 정책 이해관계자 등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역시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식사나 술자리를 접고 일어나는 등 고위공무원으로서 모범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 한 번 식사를 같이 했을 때도 그는 말이나 행동에 있어 실수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강인한 체력도 이 차관 강점이다. 그의 별명인 ‘세븐일레븐(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한다는 의미)’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2006년부터 이 차관이 매주 등산을 다니는 사실은 복지부 주변에 잘 알려져 있다. 마라톤도 그의 도전 대상이다. 2008년에는 100㎞ 마라톤을 완주한 기록도 전해졌다. 복지부 과장급 인사는 “최근 코로나19 업무를 진행할 때는 녹초일 때가 적지 않았는데 이 차관은 항상 체력에 여유가 있고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강점 외에도 이 차관 캐릭터를 설명하는 화두는 ‘파워’와 ‘원만한 대인관계’다. 파워 원천은 인사과장을 역임한 그의 인사 영향력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인사과장으로 23개월간 근무한 그의 경력에서 보듯 직원들은 그가 파워를 갖고 있다고 추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도 인사과장을 해 봤지만 이 차관은 아직도 누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다녔는지 외우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 차관의 부내 파워는 대변인 시절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 그를 분석한 직원들 결론이다. 이후 대변인→보건의료정책관→건강보험정책국장→보건의료정책실장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요직 코스를 만든 것도 그다. 과거 단순하던 보건의료정책관→보건의료정책실장 구도에 변화를 준 것이다. 그의 파워가 결정적으로 입증된 시점은 복지부 제2차관에서 제1차관으로 발령 난 지난해 10월이다. 

이 차관의 원만한 대인관계는 정책 소통 능력과도 연결된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맥을 관리하며 복지부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소통을 늘려가는 것이다.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주말 각종 경조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업무 연장선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공직 30년을 맞는 그도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선후배와 자주 소통하지만 인사권을 가진 윗사람과 접촉이 더 많은 현실이다. 복수의 직원에 따르면 이 차관은 현 복지부 인사과장이 임명되기 직전 비공식 경로를 통해 후보 추천 건의를 받았다. 지방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에 입문한 타부처 출신이며 지방대를 졸업한 모 부이사관(3급)이었다. 복지부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 차관은 조 장관에게 이 건의를 전달하지 않았다. 장관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양한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이 차관은 그동안 공직 생활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복지부에서 발휘할 시간을 벌게 됐다.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관가 관계자는 “이 차관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진중한 성격을 갖춘 호감형의 정통행정관료”라며 “이제는 참모형이 아니라 후배들을 적극 챙기는 리더형 인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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