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 일부 해소···“메모리 바닥 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도 상향 조정 추세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지난 회계연도 3분기(3~5월)에 18억9600만달러(약 2조49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매출은 시장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웃돌았고,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으로 공급 과잉이 해소돼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당초 전망치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지난 3~5월 매출이 37억5000만달러(4조9280억원)로 집계돼 전년동기(86억4000만 달러) 대비 56.6%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PC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가 급감한 점이 실적 직격탄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론 매출은 36억5000만달러(4조7970억원) 수준이었던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4분기(6~8월) 매출 가이던스는 41억달러(5조3900억원)를 제시해 시장 예상치인 38억7000만달러(5조890억원)보다 5%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 넘게 상승했다.
마이크론 실적이 당초 전망치를 뛰어넘은 건 완제품업체들의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면서 주문량이 다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모리 공급사들이 모두 감산에 돌입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점도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고, 삼성전자도 1분기부터 메모리 감산에 동참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산업이 매출 측면에서 바닥을 지났다고 생각한다. 수급 균형이 점차 회복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사의 재고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도 1분기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2분기에도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되지만 적자폭은 줄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3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다만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4조5800억원)보다는 적자 폭이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자 전망치는 지난달까지 3조2000억원이었지만, 현시점에서 2조원 후반대 수준으로 축소됐다.
공급사들의 물량 조절과 함께 ‘챗GPT’ 등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메모리 업황 개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AI 서비스 구동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적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필요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개선한 차세대 메모리로 일반 D램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 실적과 가이던스는 2분기 반도체 실적이 D램 3사 모두 컨센서스를 넘어설 것임을 시사한다”며 “특히 AI향 제품을 선도해 매출 판매가 좋은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실적 전망에 대해 “신제품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3분기에는 DDR5를 기준으로 판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판매 물량 개선과 함께 평택 1기 D램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 하락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면서도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5700만대로 1분기(6000만대)보다 하락했단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