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부산엑스포 유치 국정과제 채택···정·재계 '원팀' 이뤄 유치 나서
엑스포 유치 따른 기업 경제적 이익은 ‘원산지 효과’ 따른 이미지 제고
신사업 기회 ·공급망 확보 등 경영 이익 노려볼 수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구 64.5바퀴, 258만6137km. 삼성·SK·LG·현대차·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근 1년간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뛴 거리다.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해 정부 못지않게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들은 84개국을 방문, 각종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11월 말 개최지 선정 최종 투표에 앞서 이들의 행보가 더욱 분주해졌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오는 19∼21일 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나선다.

◇ 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재계···이유는

기업인들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정부의 지원 요청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정·관·재계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기업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재계가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해 7월에는 대통령령으로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가 개설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 회장 선임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 총수들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국가적 행사에 이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쁘게 말하면 동원되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한국형 민·관 협동 모델”이라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하이브에서 열린 BTS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하이브에서 열린 BTS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기업들은 뭘 얻을까

엑스포 유치 활동이 기업 이윤에도 도움이 될까. 개괄적 추산치는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엑스포 개최로 총 61조원(생산유발 효과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의 경제효과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각 기업이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세계박람회 개최 동향의 시사점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엑스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궁극적으로 개최 도시의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엑스포가 기업의 홍보 무대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초기 세계박람회는 산업화의 전시장으로 기능하면서 선진국들이 과학기술의 성과들을 홍보하는 자리였으나, 21세기에 들어서는 주로 인류 공영의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자리로 변화했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업들도 분명히 ‘득 볼게’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원산지 효과’가 거론됐다. 원산지 효과란 특정 국가의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에 그 국가의 이미지가 반영되는 것을 말한다. 부산엑스포 개최에 따른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면 국내 기업도 혜택을 볼 것이란 주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지도가 오르면 선호도가 확보된다. 부산엑스포를 통해 부산에 대한 인지도가 오르면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확보될 수 있는 것”이라며 “나아가 한국에 대한 인지도 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기회와 공급망 확보 등 경영 측면의 이익도 얻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엑스포를 통해 그동안 교류가 없던 국가·지역과 교섭활동 기회가 생기면서 신사업과 자원교류 등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부가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어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림픽, 엑스포 등 국가적 행사 유치전에 기업인이 발 벗고 나서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이 같은 정·재계 ‘원팀’ 문화가 국가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2년 여수엑스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치 활동을 했다. 한국만의 특유한 방식이다”면서 “평가하는 BIE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행사 유치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높게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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