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후 연간 4만t 생산 예정
국내 공급망 선제 구축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이녹스첨단소재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시장에 도전한다.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개 라인을 건설해 오는 2025년 이후 연간 4만톤(t)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해 2030년 이 부문에서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4일 이녹스첨단소재에 따르면 회사는 충북 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7만9338제곱미터(㎡·약 2만4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수산화리튬 2개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1호기와 2호기 토지 매입과 설비 구축, 시설 건축에 각각 3950억원과 2300억원, 총 6250억원을 투자한다. 1호기는 2025년 3분기, 2호기는 2027년 1분기부터 각각 가동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이녹스첨단소재는 디스플레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반도체 패키지용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 2017년 모회사인 이녹스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주력 제품은 OLED 소재로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이 58.8%로 가장 높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패널 업체들을 거래선으로 확보했지만,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2차전지 사업 진출을 검토해왔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종속회사인 이녹스리튬이 40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이녹스첨단소재 부채 비율이 20%대로 안정적이어서 비용 마련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향후 이녹스리튬 상장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이녹스첨단소재가 수산화리튬 신사업을 추진하는 건 전기차 보급 확대로 2차전지 시장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과 소재 분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생태계 중요성이 높아진 요인도 작용했다.
중국 2차전지 기업은 탄산리튬이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이지만, 한국 업체들은 수산화리튬이 활용되는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중심인 만큼 이녹스첨단소재는 국내 수산화리튬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량 7.1t 중 중국 비중은 82%에 달했다.
이녹스첨단소재의 수산화리튬 사업 매출 목표는 2030년 기준 1조6000억원이다. 기존 사업 매출 전망치 8000억원을 합산하면 2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리겠단 것이다. 지난해 매출(4893억원)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녹스첨단소재의 수산화리튬 신사업 과제는 수익성 확보와 안정적인 거래선 구축이다. 지난 3월에 t당 7만달러(약 9260만원)를 웃돌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달 중순에 4만7000달러(6220만원)까지 30% 이상 하락했다. 판가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향후 중국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 구도 심화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t당 가격이 3만달러(3970만원) 초반 이하를 가정한 경제성 검토에서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또 1호기 가동에 돌입해 제품 품질을 입증한다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이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녹스첨단소재 관계자는 거래선 확보와 관련해 “고객사로부터 전략적인 협업 요청을 받았다. 리튬 사업에 진출해달란 요청을 받았고 내부 검토를 거친 뒤에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정 역량과 품질이 시장에서 검증되면 다른 양극재 업체와 배터리 기업으로 납품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진 이녹스 대표이사는 “새롭게 진출을 시도하는 리튬 사업은 기존에 벌이고 있는 케미컬 영역과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갖고 있는 제조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노하우도 확보한 상태”라며 “수산화리튬은 이녹스의 향후 20년을 이끌어 갈 신수종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