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보완·탄소배출 저감·비용 절감 장점
자율운항 선박 시장규모 2015년 71조4400억원→2030년 333조7000억원 성장 예상
국내 조선 ‘빅3’ 중에선 HD현대 자회사 '아비커스', 상용화 가장 앞섰다는 평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단비가 해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단비가 해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최근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해상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이 조선사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노르웨이, 일본 등 해양 강국들이 자율운항 선박 실증연구를 시작한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도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원격 자율운항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자율운항 선박은 기존 선박에 스마트기술, 정보통신(ICT) 등을 융합해 시스템이 배를 제어하고 운항하도록 하는 선박이다. 조선업계는 자율운항 기술 확보를 통해 인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율운항 선박이 내세우는 이점으로는 탄소배출 저감과 비용 절감도 거론된다.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최적 경로로 운항하면서 연료를 절약할 수 있어서다.

해양수산부는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가 2015년 71조4400억원(544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333조7000억원(2541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는 자율선박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노르웨이, 일본 등 해양 강국들은 한발 앞서 이 시장에 뛰어들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노르웨이 비료업체인 야라 인터내셔널은 지난 2017년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시작해 2021년 실증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울산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준공했다.

자율운항 기술 단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율운항 기술 단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제해사기구(IMO)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국내 업계가 보유한 자율운항 기술 단계는 2~3단계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율운항에 더해 자율제어가 가능한 단계다. IMO 분류 기준은 총 4단계로 구분돼 있는데 마지막 4단계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이다. 이전 단계까지는 부분 자율운항선박으로 구분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자율운항 4단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업체는 없다”면서도 “4단계 완전자율운항 선박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분 자율운항선박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바라봤다.

국내 업체 중 상용화에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선박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항해 솔루션을 주로 만든다. 1단계인 하이나스(HiNAS)와 2단계 하이바스(HiBAS)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 탑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수주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8월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이 하이나스 2.0을 수주했다. HD현대 관계자는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한 건 아비커스가 최초다”라며 “대형선박 23척에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고 했다.

아비커스의 타겟은 북미 레저보트 시장이다. 업계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간 40만대 이상의 자율운항솔루션을 신조 혹은 기존 보트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선 3사 자율운항 기술 개발 현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주력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0일 노르웨이 디지털 자동화 전문기업 콩스버그와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 협약(JDA)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저탄소 기술을 적용한 17만4000m³급 자율주행 LNG운반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인 SAS를 통해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선박 충돌 회피 실증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콩스버그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자율운항선박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솔루션 ‘DS4’를 개발해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지난해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통해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선박 관련 해상시험을 해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로이드 선급 기준 자율운항 레벨3 수준까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2024년까지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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