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신평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재무 건전성 악화···“개선 여력 부족”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신용등급 하향 위기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개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중이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자금 부족에 대한 투자자 우려와 관련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과 다른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3개 주요 신평사가 LG디스플레이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2조8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영업이익 2조2306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데다 당기순손실 확대로 재무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재무제표에 고가 TV 수요 부진 심화와 전망 변화에 따른 회계처리 적정성 확보를 위해 1조3305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조938억원으로 전 분기(7740억원)보다 170% 이상 늘었다.
회사는 현금 지출이 없는 장부상의 회계 조정이며 미래 사업 불확실성 축소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단 입장이지만, 대규모 순손실 인식으로 재무 지표는 악화됐다. 자본이 감소해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 비율은 215%로 전년 동기(158%) 대비 상승했고, 순차입금 비율은 57%에서 101%로 늘었다.
한신평은 지난달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발표 이후 회사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단 의미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소요와 금융비용 부담 등을 감안하면 재무 안정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게 조정 사유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7일에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 자금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나 투자자들이 자금 부족으로 걱정하지 않도록 차곡차곡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 안 해도 된다”며 “부족 자금을 자기 자금이나 차입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이 시장에 존재한다. 이런 방법을 활용해서 현금 관리는 우려 끼치지 않도록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높아져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는 경영난 심화와 신용 추가 강등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기평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예상 수준을 재차 하회하는 영업실적과 늘어난 차입 부담으로 신용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크게 확대됐다. 당분간 저조한 영업실적 전망과 재무 레버리지 부담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해 등급 적정성을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부정적 수급 환경이 단기간 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수익성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강도 생산 조정과 비용 축소를 추진해 재무 건전성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조6000억원 규모의 재고를 감축했고, 1분기에는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단계적 축소를 통해 약 1조원의 비용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전년 대비 40% 이상 줄일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지만, 실적이 양호할 때도 회사 차입금이 많고 부채 비율도 높았다”며 “상반기까지는 흑자 전환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 자금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