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모델 할인폭 늘어···5시리즈 1200만원, 티구안 1000만원 등 할인
연말 재고처리 및 고금리로 인한 수요 위축 겹쳐···순위 경쟁도 한 몫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BMW코리아, 폴크스바겐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등 국내 수입차 상위권 브랜드들이 이달 할인폭을 대폭 확대하면서 순위 쟁탈전에 나선다. 올해 BMW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폴크스바겐은 볼보를 꺾고 각각 1위와 4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판매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BMW와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은 주력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20% 가까이 할인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별로 BMW의 경우 3시리즈는 최대 500만원, 4시리즈는 700만원, 5시리즈는 1200만원까지 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신형을 출시하는 7시리즈의 경우 구형 모델에 대해 2000만원 이상 할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폴크스바겐도 티구안의 경우 1000만원 상당 할인을 제공하며, 아테온은 1200만원까지도 가격을 깎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티구안 2.0 TDI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금융’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아우디도 이달 A6 가격을 21% 할인해 최대 1600만원 이상 할인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고금리로 인해 수입차 수요가 위축되자 할인을 대폭 늘리면서 판매를 회복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수입차 금융상품의 경우 현재 평균 금리가 8.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실질적으로 평균 수입차 금리가 1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말 재고정리까지 겹치면서 할인폭이 더 커졌다. 통상 수입차 업계에선 다음해 연식변경 및 신형 출시 등을 앞두고 연말 할인폭이 가장 큰 데, 고금리로 인해 예상보다 판매가 줄어들자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을 더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완화되면서, 그동안 밀렸던 대기 물량이 연말에 쏟아진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BMW와 폴크스바겐의 경우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 볼보와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MW는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벤츠에 밀려 수입차 2위 자리에 머물렀으며,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처음으로 볼보에게 추격당하며 4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BMW 판매량은 7만1713대, 폴크스바겐은 1만3113대로 벤츠(7만1525대), 볼보(1만2618대)와 각각 188대, 495대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가고 있다.
지난 11월 누적 기준으론 BMW가 1위, 폴크스바겐이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달 판매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벤츠의 경우 지난 10월부터 물량이 풀리면서 BMW를 제치고 2개월 연속 수입차 월별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볼보도 11월부터 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최근 미디어 행사에서 “올해 말에는 올해 평균보다 2배 이상 물량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월 볼보 판매량은 2615대로 월평균(1147대)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차를 구입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 11월 초 티구안을 구입한 한 차주는 “10월까지도 할인도 없고 물량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11월에 300만원 할인한다고 해 바로 차를 계약했다. 딜러들도 연말에 할인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해 서둘러 차를 샀다”며 “그런데 불과 한 달만에 할인 폭이 1000만원으로 늘어나니 손해 보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차 관행처럼 반복된 고무줄 할인 형태가 코로나19 및 반도체 대란 등으로 인해 잠시 사라지는 듯 했으나, 다시 부활하면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생기고 있다”라며 “수입차도 할인 판매보다는 경쟁력 있는 정가 책정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