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원, KG그룹 컨소시엄 인수 예정자로 선정···인수금액 약 9000억원
채권단 설득 난관···변제율 낮을 시 동의 얻기 어려워
전기차 시대 맞아 신차 개발 비용 부담 커···윤 정부 출범 후 산은 자금 투입 가능성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 인수 예정자로 KG그룹이 최종 낙점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KG그룹은 공개 매각이 진행되는 본 입찰서 다른 기업들과의 인수 금액 경쟁에서 승리해야 쌍용차 새주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채권단 설득부터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운영비 마련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13일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서울회생법원 허가를 받아 KG그룹 컨소시엄을 공고 전 인수 예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수전에는 KG그룹·사모펀드 파빌리온PE 컨소시엄과 쌍방울그룹, 이엘비앤티가 참여하며 3파전으로 진행됐다.
업계에선 KG컨소시엄이 약 9000억원, 쌍방울그룹이 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수 금액에는 인수 동시에 지급하는 인수대금과 향후 운영자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와 EY한영회계법인은 인수대금, 유상증자비율 및 요구 지분율, 인수 이후 운영자금 확보계획, 고용보장 기간 등을 두고 평가해 인수 예정자를 선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와의 M&A 실패를 거울 삼아 인수대금 및 운영자금에 대해서는 금액 뿐 아니라, 자금 조달 계획의 조달 증빙과 투입 형태 등에 대해 가중치를 부과해 평가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KG컨소시엄과 다음주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고 이후 공개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
◇ 본입찰 경쟁 및 채권단 설득 남아
KG그룹이 최종 인수 후보로 선정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본입찰에 참가할 다른 기업들과의 인수 금액 다툼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번 쌍용차 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두고 추후 공개 입찰을 진행하며, 공개 입찰서 인수 금액이 더 높은 쪽이 최종 인수기업이 된다.
다만 업계에선 KG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같은 금액을 써낼 경우 우선 인수 예정자에 우선순위를 준다.
본입찰서 새주인으로 최종 결정되더라도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얻어야 한다. 쌍용차는 오는 7월 최종 인수 예정자와 본 계약을 맺고 8월 말 관계인 집회를 통해 회생계획안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KG컨소시엄 인수대금이 에디슨모터스(3049억원)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낮은 변제율로 채권단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인수대금을 활용해 회생 담보권(약 2320억원)과 조세채권(약 558억원)은 관계법령 및 청산가치 보장을 위해 전액 변제하고, 회생 채권은 1.75%만 변제하기로 했다. 이에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회생채권 변제율 1.75%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회생계획안에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상거래 채권단은 “최소 50% 이상은 변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 동부제철 때와는 상황 달라···전기차 전환기 맞아 추가 비용 만만치 않아
인수대금 뿐 아니라,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 전환기를 맞이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차 개발비용까지 추가로 소요된다.
업계에선 과거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살려낸 KG그룹이 쌍용차 회생도 가능하게 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동부제철과 쌍용차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KG스틸의 경우 매각 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적자 규모가 연 100억~160억원 수준이었으나, 쌍용차는 지난해 적자만 26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KG스틸이 지난 10년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과 2018년, 2019년 등 3번 뿐인데 비해 쌍용차는 2016년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KG스틸은 3조3547억원, 쌍용차는 2조4293억원이다.
또 동부제철 인수 후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업계 외부 환경이 좋았던 것에 비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산업 변혁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경쟁 기업 대비 후발주자인 쌍용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기차 개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GM(제너럴모터스)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30종 전기차 출시와 생산을 위해 350억달러(약 44조 8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2030년까지 95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력 구조조정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쌍용차는 지난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인력 조정에 내부적으로 민감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인수 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 직원은 4517명으로 르노코리아자동차(3300명)보다 1200명가량 많다. 반면 자동차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쌍용차는 8만4496대인데 비해, 르노코리아는 13만2769대로 50% 이상 더 많았다.
여기에 향후 전기차 시대에는 내연기관 대비 필요 생산인력이 더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 금융 지원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산은 회장이 새로 바뀌면서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친화적인 윤 대통령이 쌍용차 살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자금 마련에도 숨통이 트여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