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탈원전 정책 전면 폐기···한미간 원전 수출 협력 강화
원전 수출 통한 일자리 창출 모색···“에너지 안정적 공급 최우선”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을 에너지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시대적 흐름은 존중하되 신재생에너지에 쏠린 방향은 전면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을 보장하고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안정적 공급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국민의힘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한단 에너지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현 정부가 건설을 중단했던 신한울 3·4호기는 집권 즉시 재개하고 그동안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장려했던 에너지 정책은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에 치중한 나머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흔들었다고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탈원전, 탄소중립을 기조로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굉장히 약화시켜 놓았다”며 “이게 회복되지 않으면 팬데믹 이후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떨어져 새 정부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국제 에너지 위기 때마다 버팀목이 돼 오던 원전은 문을 닫거나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걸 다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단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세계적인 탄소 중립 추세에도 어느정도 발맞춰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걸 우리 사회와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가능하게 할 방안은 현재로선 원자력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균형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에너지원 중 화석에너지와 달리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기후 변화를 막을 주요한 수단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수준이 아직 낮고 단가가 비싼 반면 원전은 당장 검증된 기술이다.
손 교수는 “원전은 우리가 세계적인 건설, 운영능력을 갖고 있는데 정치적 이념이나 편견에 의해 균형을 잃어버린게 문제”라며 “신재생에너지는 경직성, 간헐성 문제가 있다. 원전은 경직성 문제가 있지만 간헐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전 경직성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신고리3,4호기부터 짓고 있는 APR-1400 원전은 원자로 출력을 즉각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탈원전 인사들이 위원으로 많이 참여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잃어버렸다”며 “원전 수출을 위한 범정부 추진 체제를 만들고 고준위 폐기물 처분 부지를 임기 내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기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범정부 차원의 원전수출지원단을 운영한다. 원전수출지원단은 원전 산업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수출체계 일원화 방안, 원전 건설·운영 분야 민간참여 대책을 수립한다. 원전수출 거점 공관을 지정하고 수주를 지원한다.
한미간 원전수출 협력을 위해 한미원자력고위급위원회를 활성화한다. 미국의 외교력과 원천기술, 우리나라의 원전 시공 능력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 소형모듈원전 개발사업 수출지원, 규제 선진화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후속 원전 10기를 수출해 고급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단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연구기반을 확보하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을 속히 확정한단 계획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감축목표는 국제적 약속이기에 준수하되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은 전면 수정한단 입장이다.
2030년 이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을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과학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민의견을 수렴해 NDC 이행계획을 마련한다. 에너지기본계획 등 정부에 분산된 NDC 관련 계획을 통합 관리한단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을 확대하고 탄소세 도입도 추진한다. 다만, 탄소세의 경우 차기 정부의 감세 기조와 맞지 않는단 지적도 있어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원자력을 기저발전으로 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청정에너지 공급도 확대한다. 에너지 빈곤층에 가구당 매년 2500kWh의 필수 전력을 무상지원한단 계획이다.
차기 정부는 탄소 중립을 위해 임기내 석탄 등 화력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40%대로 감축한단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등록을 금지하고 4등급 이하 경유차 폐차를 3년 앞당긴다.
차기 정부는 탄소저감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한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함께하는 기후위기대책기구를 구성해 노후 산업단지, 중소기업 밀집 단지를 탄소중립형 산업단지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에너지 절약시설 등 기후위기 대응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도 확대한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이념이었다. 에너지 정책은 기본적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안정이 아닌 발전 수단만 강조됐다”며 “신정부는 정책답게 가야한다. 비정상이었던 에너지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