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근로체계 유연성 부여···선택적 근로시간제·근로시간저축계좌제 시행
정규직 근로자 파트타임 전환 신청권 부여···“중대재해법, 규정 완화 전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정부는 유연한 노동 정책을 내세운다. 임금이나 근로체계에 유연성을 부여해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겠단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주52시간제나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은 현 정부에 비해 경영계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국민의힘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시간과 임금 규정이 획일적, 경직적이라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단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등을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일 방안을 추진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한다. 선호하는 직무나 부서별로 노사 합의를 거쳐 정산기간을 자율적으로 설정해 주4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단 계획이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근로시간을 총량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이다. 연간 단위로 도입해 저축계좌에 적립된 초과근로시간을 장기휴가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시간선택형 정규직이란 고용형태도 적극 장려하겠단 입장이다. 현행 시간제 일자리는 시간제로 채용돼 정규직 전환을 허용하지 않는 근로유형으로 또 다른 유형의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한단 비판을 받아왔다. 시간선택형 정규직은 전일제 근로자가 필요한 기간동안 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과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하는 근로유형이다.
전일제 근로가 기본인 정규직 노동자에게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신청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제와 텔레워크, 모바일워크 등 유연근무 방식을 적극 도입한단 방침이다. 전문직 직무나 고액 연봉 근로자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 적용에 예외를 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전환신청권이 기존에 없던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며 “경단녀를 막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근로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임금 체계도 뜯어고친다.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바꾸겠단 계획이다. 사업장 내 직무, 직군, 지급별로 근로자들이 원하는 임금 체계가 다를 경우 해당 부문 근로자대표와 사용자 사이에 서면 합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은 노동자를 위한 임금제도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이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다양한 고용형태가 나오면서 나온 얘기겠지만 낮은 임금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며 “자기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맞는 거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를 마련한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사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동위원회 조정 기능을 강화한다. 노사관계 전문가를 조정담당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고 장기 노사분쟁 전담 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 노사 갈등 조정능력을 높이고 갈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도는 제대로 정착시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단 입장이다. 또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도를 마련해 원할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노조 불인정, 무단사업장 점거, 폭력 행사 등에 대해선 법 집행을 엄정하게 적용한단 방침이다.
중대재해법은 윤 당선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경영계 입장이 반영되는 쪽으로 수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중대재해법 완화 요청에 “투자가 어렵다고 한다면 국민과 산업계 의견을 들어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이 의무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 규정은 강하단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부분이고 중대재해법은 처벌 규정이 너무 과하고 의무 규정이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모르는 게 있어 보완입법이 필요하고 처벌 보다는 산업재해 예방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대재해법이 법 통과 과정에서 본래 취지보다 많이 후퇴한 상황에서 경영계 입장이 반영되는 것은 부적절하단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시행 이후 산재가 발생하면서 이부분을 개선할 개정안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후퇴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며 “지금 국민의힘이 소수당이다보니 과거 박근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많이 추진했던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상위법 위반임에도 행정으로 계속 처리하는 일이 또 발생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