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및 협력업체, 추가 공동관리인 선임 반대···“회생채권 회수 악영향”
전기차 출시 및 생산 계획 현실성 없어···GM·현대차보다 목표치 높아
재무적투자자 확보 불확실···산은 “자기 돈 투자 없이 인수하는 전형적 LBO 형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 본계약을 맺은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 및 평택시, 금융기관 등 외부에서 신뢰를 얻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에디슨모터스의 제3자 관리인 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출신 이승철 부사장을 영입하고, 이 부사장을 제 3자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협의 없이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생산을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BYD와의 MOU는 법정 관리 전부터 추진됐던 신사업”이라며“BYD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전기차 U-100 개발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BYD와의 협력은 전기차 부문 핵심 사업으로 회사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내셔널오토모빌스(SNAM)와 조립 생산 관련 불평등 계약을 맺었다는 에디슨모터스 주장에 대해선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선 수출 시장 회복이 시급하며, SNAM과의 계약은 중동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도 회생채권 회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에디슨모터스의 공동관리인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의견서를 통해 관리인으로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공정하게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선임돼야 하는데, 채권단과 대립하는 인수인이 관리인을 추천하는 것은 관리인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경영에 개입하기 보다는 채권 변제 계획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계획 의문부호···“현실성 떨어져”
쌍용차 내부에서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부족한 자금 조달 능력도 있겠으나, 에디슨모터스가 발표한 미래 사업 계획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사내 노동자 모임 ‘참다운 목소리’는 “본계약 체결 후에도 현장에서 불신이 팽배한 것은 에디슨모터스의 진실성이 녹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하지만, 인수자금 마련 방안과 경영비전, 고용 보장 등 어느 것 하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맞먹는 수치다.
하지만 GM 투자금액과 에디슨모터스 측의 자금력을 비교해보면 에디슨모터스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GM은 오는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차 출시와 생산을 위해 35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 자금 마련도 벅찬 상황이다. 당초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자금 중 8000억원 상당을 평택공장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으려고 했으나, 산은에서 자금 대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인수 자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신차 개발을 위한 수십조원의 투자금액을 조달하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다운 목소리에서도 이를 우려하며 “물리적 시간을 모르는 사람은 현혹되겠지만 신차 개발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계산하면 위기에 처한 쌍용차 직원을 현혹시키는 실천 불가능한 장밋빛 대안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관계자도 “전기차 1종을 개발하는 데는 수천억원이 들며, 전용 플랫폼 없이는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차 신차 개발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600만대 생산 체제?···현대차도 작년 판매 400만대 못 넘겨
에디슨모터스의 생산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후 20개의 조인트벤처를 전세계에 설립해 연간 600만~10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판매량보다 높은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389만대를 판매했으며, 올해는 432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는 국내에만 울산, 아산, 전주 등 3개의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터키, 체코 등 7개의 해외 생산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평택공장 1곳 뿐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후 생산 거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현대차보다 많은 공장을 확보하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판매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쌍용차는 해외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해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주력 시장이던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후 수출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쌍용차 수출은 2만8133대로 국내 완성차 수출 판매(205만여대)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해외 시장에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후 사명도 바꾸면 사실상 신생 기업이나 다름없다”며 “내수에선 현대차그룹에 밀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데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도 현지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600만대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 낮은 변제비율·불확실한 미래계획···채권단 설득 난제
에디슨모터스 자금 조달 문제와 경영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권단 설득도 문제다.
현재 인수대금 수준으로는 채권단에 갚아야 할 빚 중 극소수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탕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는 3048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하기로 했으나 공익채권(3900억원)을 변제하면, 회생채권을 갚을 여유는 많지 않다. 공익채권에는 퇴직금이 포함됐기 때문에 인수 후 바로 변제할 공익채권 규모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회생채권 변제율은 1~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회생계획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순자산이 8000억원이 있는 회사가 상거래채권을 탕감해달라고 요구하면 채권자가 납득하겠냐”며 “채권자는 청산시켜서 회수하면 되는데 왜 탕감해야 하는지 의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디슨모터스는 아직 재무적투자자(FI)가 확실히 확보된 것 같지 않고, 많은 자금을 부채로 탕감하고 나머지 자산으로 대출받아 사업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이는 전형적인 차입매수(LBO)이며 기업 인수에서 가장 안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계획성 뿐 아니라 실제로 에디슨모터스 측이 신규 자금을 어느 정도 투입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편 쌍용차는 내달 1일까지 채권자별 변제계획과 쌍용차 주식감자비율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 개최 5영업일 전까지 계약금 305억원을 뺀 잔금 2743억원을 쌍용차에 지급해야 한다. 이어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법원의 최종 승인을 거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최종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