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 미국 돌며 주요 기업 CEO 연달아 미팅하고 20조원 투자 결정
이 부회장 침묵 깨고 광폭 경영행보···사실상 정체기인 삼성 변화 시작될지 관심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Hans Vestberg) CEO(왼쪽). / 사진=삼성전자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CEO.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침묵을 깬 광폭행보에 재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정체 상태와 다름없던 삼성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열흘 간 미국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5년 4개월 만에 이뤄진 미국행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이 부회장은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를 순차적으로 만났다.

이번 미국 방문으로 이 부회장은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동안 여러 총수가 미국을 찾은 바 있지만, 이 부회장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 굴지의 기업 CEO들을 연달아 만나며 대한민국 제1 기업 총수의 차별화된 영향력을 입증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는 결국 총수의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히 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백악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대미(對美)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로 이번 이 부회장의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로 텍사스 주 테일러 시가 최종 낙점됐다. 테일러 시 투자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삼성의 역대 미국 투자액 중 가장 크다.

이 부회장이 다시 적극 행보에 나서면서 삼성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선 다른 그룹들에 비해 정체된 채 돈만 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호실적을 계속해서 기록했지만 그에 비해 좀처럼 뛰지 않는 주가가 이를 방증했다.

그러다 이 부회장이 침묵을 깨고 옴직이기 시작하고 여기 맞물려 인사제도 대변혁 전망도 나오자 시장에서도 삼성의 변화를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방문 때 이 부회장이 현지 연구원들에게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기대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삼성의 변화는 크게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그동안 삼성이 제품만 잘 만드는 좋은 플레이어(Good player)의 길을 걸어왔다면 이제 구글과 같이 시장의 ‘룰 메이커(Rule maker)’로 나서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 기존에 잘하고 있는 부문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예를 들어 바이오 생산부문,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분야가 그 예다. 한 반도체 업계 인사는 “결국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외연을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공들이고 있는 파운드리가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삼성의 변화, 이른바 ‘뉴삼성’의 윤곽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이 여전히 취업제한 규정 상태란 점이 변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